경영학 카페

4차 산업혁명시대가 와도
인사관리 불변의 원칙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이면에 숨은 본질을 놓친 채
시스템에만 지배 받아선 안돼
아날로그 정신이 살아있는
디지털 인사관리로 전환해야

인사(人事)란 무엇일까? 우리는 “인사가 만사(萬事)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인재를 바른 자리에 써야 일이 잘 풀린다는 ‘진리’를 강조하곤 했다. 산업 변천에 따라,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그리고 기업 고유의 비전과 사업 목표에 따라 인사관리 흐름과 패턴 역시 궤를 같이하면서 진화해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함께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력을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는 오늘날 ‘디지털 인사관리’가 기업 경영에 접목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절대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2000년대 초반 인사관리에 ‘비즈니스 파트너 모델’이라는 제도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인사부의 역할이 인재채용, 평가, 보상, 훈련, 노무관계의 전통적 관리에서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 등의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며 국내 대기업도 이에 적지 않게 동화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투입한 막대한 비용, 시간, 노력에 비해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하드웨어는 구축했지만 소프트웨어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탓이다.

디지털 인사관리의 기본은 클라우드 기반의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직원들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핵심 인재를 어떻게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커진 조직에서는 필연적으로 소통 문제가 발생해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기존 인사관리 시스템으로는 디지털 문화에 길들여진 오늘의 세대 관리에 한계가 있다. 건설적인 시각을 가지고 우리가 이런 현상을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전의 인사 비즈니스 파트너 모델과 디지털 인사관리 시스템을 외국에서 도입했기 때문이다. 문화적, 기술적, 비즈니스적 맥락이 다른 곳에서 디자인한 시스템을 포괄적 이해 없이 그냥 괜찮은 기성복처럼 착용만 해서는 안 된다.
인사란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물론 비즈니스 성공의 조력자 역할이 전제돼야 하나, 이제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통해 직원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아야만 하는 시대다. 커뮤니케이션 원칙과 훈련만 수반된다면 한국적 정서의 소통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쉽게 바뀌지 않듯이 인사관리의 본질과 철학도 쉽게 변할 수는 없다. 아무리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인사관리의 기본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더 필요한 이유다. 디지털 인사관리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명확하게 어떤 전략으로 이를 도입하고 어떤 모델을 통해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해 의견 일치가 이뤄져야 한다. 전략과 실행이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산업혁명의 혜택으로 상상이 현실이 된 세상에 살고 있다. 빠르고 편리하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이면에 숨겨진 본질과 맥락을 놓친 채 시스템에만 지배받는 모순을 경계해본다.

우리 고유의 아날로그 정신이 숨쉬는 디지털 인사관리 전환으로 가장 한국적이지만 가장 세계적인 인사시스템 구축을 꿈꾸는 것은 과욕일까?

한준기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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