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소 화재 원인은 풍등, CCTV 공개
검찰, 스리랑카인 A씨 구속영장 보완 지시
실화죄는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판단해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에 위치한 고양저유소 화재사고 피의자인 스리랑카인 A(27)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반려되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30분께 저유소 부근에서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저유소 인근 터널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A씨는 쉬는 시간에 인근 초등학교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호기심에 불을 붙여 날렸다.

경찰은 A씨가 날린 풍등이 휘발유탱크옆 잔디에 떨어지며 불이 붙었고 이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들어가며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화재를 통해 7738만ℓ의 석유류가 보관돼 있는 해당 저유소 화재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불이 붙은지 약 18분만에 저유소 탱크가 폭발했는데 누구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

고양경찰서 저유소 화재사건 CCTV 공개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죄를 전가하지 말자", "화재 위험을 인지하게 한 데 대해 감사장을 줘야 한다"는 등의 A 씨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0일 SNS를 통해 "풍등 날렸다고 스리랑카인 구속? 저유소에 큰 불이 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외국인 노동자가 제갈량처럼 동남풍을 불게 만든 것도 아니고 또 드론처럼 저유소로 날아가게 조종을 한것도 아닌데 구속영장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하 최고위원은 "풍등을 띄웠을 때 저유소 탱크가 폭발할 수 있다고 인지나 했을까? 바람을 구속하거나 잔디밭에 떨어진 불씨땜에 폭발할 정도의 시설을 만든 사람들이 구속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같이 일상 속에서 재미삼아 날린 풍등이 대형 화재를 유발했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법알못'에게 조언을 해주는 조기현 변호사는 "풍등 등 소형 열기구를 날리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었지만, 2017년 12월 소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실화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실화죄에서 중요한 것은 주의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라고 말했다.

이어 "1km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고 불씨가 환기구 안으로 빨려 들어가서 이렇게 커다란 불을 낼 것이라고 A씨가 예측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경찰은 피의자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A씨를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했지만 중실화죄는 조금만 주의했다면 결과를 회피 할 수 있었는데 게을리하여 막지 못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풍등을 겨냥해서 날리기도 힘들 뿐더러 그냥 하늘로 날렸는데 그 불씨가 환기구 안으로 날아간 사안에서 중실화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A씨가 자신이 날린 풍등이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저유소 자체를 위험시설로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의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조기현 변호사

도움말=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영상=CCTV 고양경찰서 제공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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