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희 예종세무그룹 대표 세무사 인터뷰
"양도세 중과 폐지로 다주택자 매물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주희 예종세무그룹 대표 세무사

"이제는 부자들도 주택을 처분하려고 합니다. 처분된 주택은 시장에 새로 나오는 공급입니다. 여기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려면 양도세 중과세가 폐지되어야 합니다."(한주희 세무사)

세무사가 계산만 잘하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이제는 시장을 통찰하고 현재의 문제점까지 짚어내는 안목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지난해부터 부동산 각종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세무사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더 커졌다.

이러한 점에서 한주희 세무사는 독특한 이력이 특이한 경력이 된 경우다. 그는 국세청에서 12년간 근무한데다 감사관실, 조사국과 같이 탈세나 불법·편법 등의 조사업무를 주로했다. 이제는 이 이력을 바탕으로 자금출처나 소득세·법인세 세무조사의 조세불복 업무를 특화시켰다.

한 세무사는 "자금출처 소명을 해야하는 이유는 주로 부동산 취득이나 거래와 관련된 것"이라며 "예전에는 탈루혐의자를 찾아내면서 도와줄 수 없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미리미리 챙기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사만 4명을 두고 있는 예종세무그룹의 대표 세무사다. 제법 큰 규모의 사무실이지만, 지난해부터는 일손이 모자를 정도로 업무가 밀려들었다. 부동산 각종 정책들이 쏟아지는 통에 상담전화들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지 여부와 증여를 어떻게 할지를 상의하는 문의가 가장 많아졌다는 게 한 세무사의 얘기다.

◆국세청 근무 이력 풍부…세무상담 하다보니 부동산 전문가

그는 "정책이나 대책이 나오지만 부동산을 계속 가지고 있겠다는 분들은 이를 어떻게 부담없이 가져갈지가 관심사다. 그 방법이 임대 혹은 증여 등으로 갈리는 셈이다. 세부적인 사안에서 절세 방법을 묻는 게 상담 내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9·13 대책 이후에는 부동산 처분에 대한 고민과 상담이 많아졌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정부의 꾸준하고 강력한 의지가 감지되면서 '어떻게 부동산을 가져갈 것인가'에서 '어떻게 부동산을 처분할 것인가'로 관심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세무사는 이러한 타이밍에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가 부담없이 집을 팔 수 있도록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남 송파구 아파트 전경(자료 연합뉴스)

그는 "정부가 최근 '공급 확대' 기조를 내놓은 건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시점)과 입지다. 공급부족을 외치고 있는 건 '지금 당장 서울'인데 내놓은 대책들은 '2~3년 뒤 경기도'다.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대책이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시기인 지금 집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양도세 중과 폐지'다. 현재 관련법안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투기에서 투자로-경제활력 패키지 3법'에도 포함됐다. 이 중 하나가 소득세법에서 양도세 중과 폐지로 부동산의 활발한 거래를 촉진하는 거래세 인하다. 일선에서 직접 목소리를 듣는 한 세무사는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주택자, 부동산 어떻게 가져갈지에서 '처분할지'로 관심사 이동

그는 "다주택자들 중에 종합부동산세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강남 아파트만 해도 20억~30억인데, 누가 100만원 정도 더 내는 걸 걱정하겠는가. 이제 다주택자들은 집 여러채 갖고 임대를 할지 증여를 할지 상속을 할지 등에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걸 그만하고 싶어 한다. 이럴 때에 집을 팔 수 있도록 비상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똘똘한 한채 열풍이 불다보니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집은 자기집 빼고는 별로인 주택 아니냐라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수많은 강남 부자들이 고객이다. 그들이 별로인 집으로 부자가 됐겠는가. 똘똘한 한채와 별로인 여러채가 아니다. 똘똘한 집만 여러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지금 당장 시장에 집을 내놓게 해야 수급이 당장 돌아갈 수 있다. 물량이 많다보면 집값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시장을 보면 수요는 많은데 가끔 한 두집 나오니까 집값이 높아도 사려고 한다. 그러나 거래량이 없는데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강남부자들은 1억~2억 원 더 받으려고 안파는 사람들이 아니다. 출구를 열어주면 물량을 내놓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이 아파트 보유수를 늘리게 됐던 이유는 아파트를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빌딩이나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위험성을 감수하고 꾸준한 임대관리가 필요하다. 수익형으로 사들인 아파트도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임대관리가 필요하지만, 그동안 이러한 책임과 부담에서 자유로웠다. 아파트가 쉬운 수익형 부동산쯤으로 여겨지다보니 다주택자가 많아졌다는 의견이다.

그 예로 다주택자가 집을 정리하면서 꼬마빌딩이나 중소형빌딩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도 귀띔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그동안 아파트만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가치 산정이나 세금 부분에서 취약한 점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겉모습만 봤을 때에는 저층에 상가가 있고 꼭대기에 집이 있어 어느 건물이든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매수시에 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같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근린생활시설로만 지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세금이나 관리, 리모델링 등 여러 문제가 있어서 확실이 다른 건물이다"라고 지적했다.

매수시에 매도전략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 세무사는 "매수시에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을 준비하면서 명의도 같이 따져봐야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절세전략을 얘기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자금출처 소명은 넘어야할 산이 됐다. 정확한 나의 재산상태를 확인하고 소비패턴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명의에 대한 고민도 해야한다. 명의문제는 매도문제와도 연결되서다. 가족들간에 공동명의라면 서로 상의를 면밀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