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개편방안, 적극적 주주행동주의 이끌어낼 것

(사진 = 게티이미지)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에 안효준 전 BNK금융지주 사장이 선임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결정, 이번 인사로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충직한 집사(steward)처럼 지분을 가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 지침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위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영 간섭으로 인식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시각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 '배당' 위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는 총 66곳이다. 지난 4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DB자산운용을 포함한 21개 자산운용사와 26개 PEF운용사, 2개 증권사, 3개 투자자문사 등이 포함됐다.

◆스튜어드십코드, 배당 확대 요구 위주로 전개될 전망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가 배당 확대 요구 위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국민연금도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배당 관련 주주활동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나 국민연금이 다른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위임장 대결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활동은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은 남양유업(626,0003,000 -0.48%) 현대리바트(22,800600 2.70%) 등 저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6개 기업의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시장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배당 위주로 전개될 것"이라며 "정식으로 주주제안을 하려면 공모펀드는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권 참여'로 바꿔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도 "기업 의사결정 관련한 부분은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있지만, 배당은 업종 평균 배당률 등으로 따져볼 수 있어 명확하다"며 "운용사들이 배당확대 위주로 주주활동을 벌인 뒤 노하우를 얻어 다른 주주활동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사모펀드 개편 방안, 향후 주주행동주의 확대 '촉진'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사모펀드 개편 방안도 주주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이 스튜어드십 코드가 배당확대 요구 외에도 다양한 주주행동주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활성화 방안을 통해 경영참여형(PEF)와 전문투자형(헤지펀드)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어떤 형태 사모펀드라도 10% 이하 지분으로도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활발한 M&A, 지배구조 개선, 구조조정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의 M&A 등 의결권 표결 사항에 기관이 참여하게 됐을 때 기관 의견이 공시 등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더 많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도 "300조원 이상의 전문사모펀드들이 경영참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경영참여를 통해 알파를 창출하는 전략이 활용 가능해짐에 따라 스튜어드 코드가 활성화할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성원 부사장은 "2%의 낮은 지분으로도 경영참여형 PEF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형 엘리엇이 나온 것"이라며 "행동주의 펀드 전략을 가지고 출범하는 펀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에 집중된 정기주주총회 분산, 전자투표 법제화 등 제도적인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기금에서 위탁기관을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준용 정도를 넣는다면 이를 채택하는 운용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기업들 인식 바뀌어야"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극적 이행에 대한 장애물로는 '기업들의 인식'이 꼽혔다. 기업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경영권 침해가 아닌 주주활동으로 인식해야 주주행동주의가 뿌리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부사장은 "아직까지 시장 내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인식은 기업의 정당한 경영에 대한 간섭이라는 점이 지배적이고, 기업 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펀드가 지분을 팔고 나가면 된다는 시각도 많다"며 "운용사들 입장에서도 혹여 경영권 간섭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내부적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가장 큰 제약조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선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풍토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창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그치는 배당 확대 요구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연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방향성을 제시해야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기관들도 따라서 나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6월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자회사 대한항공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한 것처럼 지배구조 관련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기금운용본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전개되면 논란은 잠재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 사무국장은 "기금운용본부가 정부에 통제를 받는 다는 인식이 강해서 관치에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에 기금운용위원회나 수탁자 책임위원회가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며 "이후 문제되는 기업에 사외이사 파견 등을 거론하면 논란은 사라지고, 기업가치 제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국민연금 지분율이 5% 이상인 194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기업 97개 누적 평균 비정상 수익률은 1.19%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수준이 높은 기업(0.46%)보다 높은 수준이다. 비정상 수익률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20거래일 전부터 120거래일 전까지의 정상수익률과 비교한 것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산술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김형석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투자 대상 회사의 기업가치에 양( )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내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국민연금의 향후 주주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