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집값이 잡히면 ‘N포세대(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도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서 해방되나요?”

구직난과 맞물려 극심한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한숨 어린 질문이다. 정부의 집값 잡기가 성공하면 청년들의 주거빈곤 문제도 풀리겠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집값 안정과 청년가구 주거빈곤 해결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과 맞물린 과제여서다. 현재 정부의 주거복지 방향이 ‘서민층 공공주택 확대’에 맞춰져온 탓에 당장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 주거빈곤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도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악화되는 청년 주거빈곤 문제

전국 청년가구(20~34세) 가운데 45만 가구(17.5%·2015년)가 ‘지옥고’에 산다. 대도시 주거빈곤 청년가구는 갈수록 증가세다. 서울시는 청년주택·대학생 기숙사 공급 등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청년 주거빈곤 가구는 최근 10년 새 10명 중 4명(37.2%)으로 늘었다. 국민 전체의 주거빈곤 가구가 1995년 46.6%에서 20년 새 12.0%로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수치도 미국 1%, 영국 2.4%, 일본 4.4%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 청년 주거빈곤 가구 증가는 젊은 층의 대도시 쏠림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구직난 증가에 따른 생활고 지속 등이 더 큰 요인이다. 주거빈곤 가구는 최저 주거 기준(1인당 12㎡) 미달 가구와 ‘지옥고’, 컨테이너·비닐하우스 등에 살고 있는 가구를 말한다. ‘지옥고’의 심각성은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대안 마련보다 ‘정치적 공격 소재’로 활용하는 태도를 보여서 우려스럽다. 젊은이들의 생존권 문제가 정쟁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의 주거빈곤은 갑자기 생긴 문제도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사안이다. 더욱이 해외 각국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탓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맞춤형 주거복지 정책' 전환 시급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청년공유주택 및 공공기숙사 등을 내놓으면서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공유경제 개념을 적용한 ‘소형 공유주택’ 등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방 크기를 줄이고, 부엌·화장실 등은 공유하는 방식이다. 업무와 거주공간을 합친 ‘직·주 공유주택’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청년 전용 직·주 아파트’인 ‘유플러스 청년 창업단지’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살인적 월세’로 주목받고 있는 런던 등에서도 소형 공유주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산발적 대책으로는 ‘지옥고’ 해결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주거복지 프레임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민층의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프레임을 ‘계층별 맞춤형 주거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혼부부·청년가구 등 젊은 층을 주거복지 대상에 포함시키고, 청년주택의 공급·운영·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들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민간 업계에도 세제 혜택, 공공자금 지원 등을 통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청년주택’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임대주택이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식의 후진적 집단이기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는 시민 전체가 공생해야 할 국가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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