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정책 간 엇박자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회원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강화한 새로운 제안을 채택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0(제로)’에 가까운 원전을 없애는 쪽으로 가고 있어 국제사회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원전이 초래한 또 하나의 딜레마다.

IPCC 소속 기후·에너지 전문가들은 일관되게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요소로 분류해왔다. 2014년 5차 종합보고서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선 원전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자력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는 “차세대 원자력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기술혁신으로 안전성 등 원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국내 환경·시민단체는 이런 점을 무시하고 마치 자기들 세상이라도 도래한 것처럼 환경·에너지 관련 정부의 주요 요직을 독차지하며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이대로 가면 IPCC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새로이 제안한 ‘2010년 대비 45% 감소’는커녕 정부가 파리협정에 따라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소’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당시 정부는 해외 감축분, 원전 활용 등을 내세우며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지만, 해외 감축분의 상당 부분을 국내로 돌려야 하는 실정인 데다 원전을 통한 감축 기대마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겠다지만 현실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렇게 되면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역할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더욱 멀어질 게 뻔하다.

결국 원전 조기 폐쇄, 건설 중단 등 탈원전으로 에너지정책, 온실가스 로드맵, 전력수급계획 등이 서로 충돌하면서 뒤죽박죽되고 있다. 정부가 정책 간 엇박자로 인한 부담을 기업들에 떠넘기면 그땐 산업경쟁력까지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을 누가 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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