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사소한 일탈 행위도 기업 命運 좌우
CSR은 사회의 지속 발전 위한 일종의 '의무'
책임 있는 경영문화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신희택 < 무역위원회 위원장 >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기여에 관해 보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자사의 기부와 임직원 봉사활동 등을 홍보해 왔다.

그러나 기업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해도 부당한 영업 관행 또는 대주주나 경영진의 잘못된 행동이 공개돼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킨 일부 기업의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개인의 명예 실추나 형사 처분으로 끝나지 않고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주가 하락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회사 자금 횡령이나 기타 경영진의 배임 행위보다 기업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부 기업인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외적으로 경쟁이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 차원의 일탈 및 갑질 행태가 구조화된 듯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담합과 하청구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유용 또는 탈취, 일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연비 개선을 위한 배기가스 조작 사례 등이 그렇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지에서의 부당노동 행위, 인권침해, 환경오염 행위, 심지어 야반도주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보다 발전된 개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OECD는 1970년대 ‘록히드 뇌물사건’ 등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행한 불법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를 반영해 1976년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2011년에는 그간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해 CSR에 관한 보다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정보 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공여 및 청탁금지, 소비자 보호, 과학 및 기술, 경쟁제한 행위 및 조세 등 기업 운영의 실질적인 부분과 관련된 9개 분야에서의 바람직한 기업 행동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관리·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 일탈행위를 할 때 소비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커다란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기업이 자율적인 내부 통제와 관리를 통해 스스로 CSR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OECD 회원국 및 이를 수락한 47개국 정부가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준수할 것을 공동으로 권고하는 것으로 법률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특정 기업이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피해자 및 시민단체가 각 회원국이 지정한 국내연락사무소(NCP)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NCP는 조정을 통한 비(非)사법적인 구제절차를 통해 기업의 책임 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가이드라인 이행을 확보하고 있다. 1996년 OECD에 가입한 한국도 대한상사중재원을 국내 NCP로 지정, 가이드라인 이행과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선택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것이라면, CSR은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일종의 ‘의무’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경제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 역시 기업의 중요한 역할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개방경제에서 세계 시장을 상대로 활동하는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 OECD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CSR을 다하기 위해 어떤 행동 기준을 따라야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지침서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기업은 CSR을 기업의 존속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인식하고, OECD 가이드라인을 지침 삼아 자발적으로 내부 통제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책임 있는 기업 경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우리 기업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 CSR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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