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차저로 뽑아낸 670마력, 재미있고 편해

페라리의 미드십 스포츠카는 시간을 불문하고 항상 '최고'의 수식어를 달고 있다. 날렵한 몸매, 노면을 장악하는 성능, 채찍질을 부추기는 엔진음 등 운전자의 여러 감각을 깨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488 역시 미드십 페라리의 계보를 잇는 주력 제품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비록 자연흡기 엔진에서 터보차저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만나봤다.



▲디자인&상품성
페라리의 디자인은 과거 피닌파리나의 손길을 빌렸던 때와 전혀 다른 조형미를 뽐낸다. 더 과감해졌고 유연하게 달라졌다. 488은 그 변화를 모두 담고 있다. 외관은 공기를 가를 듯한 쐐기형 디자인을 바탕으로 군더더기 없이 뽑아냈다. 브랜드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은 물론 심미성까지 고려한 결과다. 전면부는 흡기구를 통과한 다량의 공기가 차체를 누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매서운 인상의 헤드램프는 길게 뻗어있는 형태지만 자세히 보면 의외로 단순한 구성이다. 범퍼 중앙엔 F1 머신과 닮은 흡기구를 마련해 모터스포츠 연관성을 표현했다.

측면은 컨버터블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실루엣이다. 지붕이 그리는 선만 따라가자면 온전한 쿠페다. 리어 펜더를 파낸 듯한 흡기구는 1980년대를 장식한 308에서 영감을 얻었다. 과거 360, 430, 458에 이어 488에 이르기까지 세대 교체를 거듭할수록 보다 과감하게 변해온 결과물이다. 선의 흐름은 도어를 깎아내리고 휠하우스로 이어지면서 입체적이고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실내에서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이는 형태도 독특하다. 허리를 숙여야 손에 쥘 수 있는 도어 핸들은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연상케 한다. 후면부는 페라리 전통에 따라 테일램프와 머플러를 원형으로 만들었다. 범퍼 아래엔 공기 흐름을 가다듬는 디퓨저와 속도에 따라 반응하는 가변식 플랩을 장착했다. 이밖에 엔진룸의 열 배출을 위한 여러 요소와 F1 머신의 제동등을 형상화한 안개등으로 성능을 강조했다.








그 어느 차보다 지면에 가까운 실내는 가죽과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등으로 꾸며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대시보드를 뚫고 나온 형태의 계기판과 송풍구 디자인도 운전 재미를 높이는 부분이다. 계기판은 고성능답게 속도보다 엔진회전수를 강조했다.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 미디어 등의 여러 설정화면 표시 기능도 갖췄다. 동승자 역시 대시보드에 마련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가 어떻게 달리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카본으로 둘러싸인 센터 터널엔 후진, 자동변속, 파워스타트와 비상등, 파워윈도우, 뒷유리 및 지붕 개폐 버튼을 마련했다.
일반적으로 방향지시등, 와이퍼 등은 스티어링 휠 뒤편의 레버로 조작하지만 페라리는 그렇지 않다. 모두 버튼으로 처리해 처음엔 다소 헷갈릴 수 있다. 마치 운전자에게 차에 적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느낌이다. 그러나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등 시대 흐름에 대응했다.








차체 전면에 위치한 트렁크는 백팩이나 보스턴백을 몇 개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그럼에도 탈출용 레버를 마련한 위트(?)를 지녔다. 저속에서 14초만에 여닫을 수 있는 전동식 하드탑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진 덕분에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었다. 소프트탑의 낭만은 사라졌지만 보다 견고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얻은 셈이다.


▲성능
동력계는 V8 3.9ℓ 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해 최고 670마력, 최대토크 77.5㎏·m의 성능을 낼 수 있다. 가변형 토크 매니지먼트를 통해 터보랙을 거의 없애고 자연흡기 엔진의 특성을 모사했지만 조금 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터보 특유의 사운드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엔진이 좌석 바로 뒤에 있는 구조 덕분에 짜릿함은 배가된다. 놀라운 속도로 기어를 바꾸는 주인공은 7단 더블 클러치다. 페라리에 따르면 0→100㎞/h 가속은 3초, 0→200㎞/h는 8.3초면 된다.


엔진의 모든 힘을 온전히 뒷바퀴에만 전달하지만 운전은 제법 쉽다. 고집을 줄이고 현실과 타협해온 결과다. 납작한 차체는 서킷의 여러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도 밖으로 밀리거나 안쪽으로 파고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버킷 시트 없이는 못 견딜 횡중력이 가해져도 칼날같이 예리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미드십 구조 특유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은 물론 다양한 섀시 보조 시스템의 조화도 온몸으로 와 닿는다.

주행 성능을 뒷받침하는 제동력도 든든하다.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는 내리막으로 이뤄진 인제의 메인 직선 주로에서 250㎞/h에 육박하는 속도를 내다 급제동을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답력을 유지하며 속도를 줄여냈다.




▲총평
시대에 맞게 적응한 페라리의 정수다. 다운사이징 터보차저, 경량화, 이젠 연결성까지 넘보는 걸 보면 페라리의 현재를 그대로 표현한 제품으로 단언할 수 있다. 차를 제어하기 편해진 점도 그렇다. 어느 정도 운전 실력을 갖춘다면 488의 성능을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아 보인다. 한편으로는 더욱 역동적인 주행 모드를 통해 순수 스포츠카의 특성과 운전자와의 교감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도 드러났다. 적어도 엠블럼에 새겨진 바라카 백작의 검은 말(馬)이 이를 방증한다. 가격은 3억8,300만원부터다.

인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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