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요구…내년 2분기부터

금융사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앞세워 관치금융"
"금리 내리라고 압박하면 중금리대출 줄일 수도"
정부가 은행 등 대출 금융회사에 내년 2분기부터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금리를 최대 10%포인트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정책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을 받기 위한 소득 요건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인터넷전문은행과 금융권 협회, 유관기관 등과 함께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금리대출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중금리대출 시장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중신용자의 금융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책을 재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은 금융회사가 소득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저신용자(4~7등급)에게 연 6~20%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SGI서울보증의 정책자금을 활용한 사잇돌대출과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등이 자체 재원으로 빌려주는 민간 중금리대출로 구분된다.

금융위는 내년 2분기부터 금융업권별로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 범위를 차등화할 방침이다. 지금은 은행을 비롯한 모든 업권에 같은 기준(평균 금리 연 16.5% 이하, 최고 금리 연 20% 이하)이 적용된다. 내년 2분기부터 은행은 평균 금리 연 6.5%, 최고 금리 연 10%로 낮아진다. 이 요건을 맞춘 상품은 중금리대출로 인정받아 가계대출 총량규제 제외 등 금융당국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에서도 사잇돌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2022년까지 사잇돌대출을 포함한 중금리 대출로 60만 명에게 5조1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케이뱅크(K뱅크)도 내년부터 사잇돌대출을 비롯해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겠다고 8일 밝혔다. 사잇돌대출은 1인당 2000만원을 빌려 최장 60개월간 나눠 갚는 상품이다.
사잇돌대출의 재원인 SGI서울보증의 보증한도도 5조1500억원에서 2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사잇돌대출은 지난 6월까지 2조1000억원이 공급됐다. 평균 금리는 은행 연 7.6%, 상호금융 연 8.3%, 저축은행 연 17.0%다. 이와 함께 사잇돌대출 신청 요건인 연소득·재직기간 기준이 완화된다. 근로소득자 기준으로 은행·상호금융은 ‘연소득 2000만원에 재직 6개월 이상’이 ‘1500만원에 재직 3개월 이상’으로, 저축은행은 연소득 1500만원이 1200만원으로 각각 낮아진다.

카드사의 카드론(회원 대상 신용대출)에서도 카드사에 해당하는 요건(평균 취급금리 연 11.0%, 최고금리 연 14.5%)을 맞추면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는 가계대출 증가 관리 등을 위해 카드론 중금리대출 출시를 사실상 불허해 왔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통해 현재 연간 3조4000억원인 공급량이 내년부터 연간 7조9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계는 하지만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명분을 앞세워 임의로 중금리대출 가격을 정해 ‘관치’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부행장은 “금리 자율화는 1990년대에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이라고 해서 연 10% 이하로 책정하라고 하는 것은 자율경영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선의의 정책이 선의의 결과를 낳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하면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자체를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금리대출 금리 인하로 오히려 중·저신용자의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업권별 비용구조를 반영해 중금리대출 금리 수준을 책정했다”며 “중·저신용자는 다양한 업권에서 다양한 금리대의 중금리대출 상품으로 선택권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증가는 가계대출 억제 차원에서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경민/김순신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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