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사용권 주장해온 한투證
"후발주자와 격차 확보" 한발 물러서

거래소, 다른 증권사 출시 허용
한국투자증권이 처음 선보여 인기를 끈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과 같은 구조의 상품을 다음달부터 다른 증권사도 판매한다. 독점 사용권을 놓고 한국거래소와 연초부터 대립해오던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한 발 물러서면서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양매도 ETN이 ETN 상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변형된 방식의 양매도 ETN을 내놓으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미래·삼성·NH 등도 경쟁 뛰어들어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은 다음달 ‘코스피 양매도 OTM 5%’ 지수의 등락폭만큼 수익을 내는 ETN을 동시에 내놓기로 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5월 상장한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상품의 기초지수와 같다. 한국투자증권과 한국거래소가 공동 개발한 지수다.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은 연 5~6%가량 수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은행 거래 고객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이 상품은 매월 옵션 만기일에 외가격(OTM)이 5%인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한다. 한 달 뒤 지수가 지금보다 5% 이상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으면 옵션 프리미엄을 받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 가능성도 높아진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이 상품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의 투자자 보유 지표가치금액(실제 팔린 금액)은 1473억원이었지만 지난 5일 8078억원에 달했다.
◆다양해지는 양매도 ETN 상품

이 상품의 독점 사용권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올초부터다. 한국투자증권의 양매도 ETN 상품이 인기를 얻자 경쟁사들도 동일한 상품을 내놓겠다고 나서면서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특정 증권사가 새 지수 개발에 참여하고 이 지수를 이용해 ETN을 발행하면 동일한 지수를 이용하는 다른 증권사의 ETN 상장은 3개월간 제한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올해 다른 증권사의 상장을 허용하려 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이 “개별 증권사가 개발한 지수 사용권을 거래소가 소유하고, 이를 다른 증권사가 똑같이 출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면서 다른 증권사의 상품 상장이 미뤄졌다. 하지만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ETN 발행액을 1조원까지 늘리는 등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충분히 벌렸다고 판단해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증권사는 ETN 구조를 다양화하면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매월 코스피200지수의 ±4%에 해당하는 행사가격 옵션을 매도하고 코스피200지수의 ±10% 행사가격 옵션을 매수하는 상품을 내놨다. 양매도 전략에 콜옵션과 풋옵션 매수를 병행해 증시가 큰 폭으로 움직여도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제한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상승장에서 손실이 나지 않도록 풋옵션만 매도하는 ‘풋옵션 ETN’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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