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스터 션샤인', '아는 와이프' 출연 이정은 인터뷰

'미스터 션샤인' 이정은 인터뷰 /사진=최혁 기자

배우 이정은(49)에게 나이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tvN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에서 그는 한지민의 엄마로, 애기씨 김태리의 유모로 자신의 나이를 뛰어넘은 배역도 소화해냈다. 그를 두고 누군가는 '차세대 국민엄마' 또는 '함블리'라는 수식어로 부른다.

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은은 쪽진 머리를 풀고, 톤 다운했던 분장을 버린 채 취재진 앞에 섰다. '여배우'의 존재감이 물씬 풍겼다.

"'오 나의 귀신님'때 유명세를 좀 느끼게 됐는데, '미스터 션샤인' 하면서 다시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저는 일부러 함안댁의 쪽진 머리를 하고 그냥 다니기도 했어요. 제 팔을 잡고 '맞지요?'라고 물으시면, '네 맞습니다. 제가 함안댁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녔죠. 촬영 때 핸드폰과 주민등록증을 분실해 새로 만들어야 했는데, 함안댁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서 민증 사진이 함안댁입니다.(웃음)"

이정은 이런 대중의 반응에 대해 재치있고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그동안 연령층이 높은 관객을 대상으로한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 드라마는 모든 세대가 봤던 것 같다"며 "유명한 감독, 작가, 호화스러운 배역들 때문에 따라온 것 같다. 숟가락을 얹은 격"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는 "드라마 출연에 앞서 개화기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다. 탐닉할 정도로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었고, 드라마에 나온 부분 다 재밌었다. 물론 논란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떤 한 목표로 가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힘겹게 얻어낸 주권에 대해 새삼스럽게 인식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들어 변요한이 연기한 김희성과 같은 일본 앞잡이 노릇을 했던 아버지 때문에 불운한 아들이 많았을 것 같다. 다른 행성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이었다. 우리는 역사에 대해 되게 잘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른다. 드라마를 보며 추적을 하는 것도 굉장한 공부가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미스터 션샤인' 이정은 /사진=최혁 기자

함안댁(이정은 분)과 행랑아범(신정근 분)은 고애신을 숨기기 위해 미끼 역할을 했고, 일본군이 쏜 총에 맞았다. 숨을 거두기 직전 함안댁은 왜 그랬냐고 눈물 짖은 애신에게 "살라고 그랬지요. 산속에 있는 그 애들도, 애기씨도 살라고. 애기씨는 내가 살아 온 이유이고 죽은 이유"라며 눈을 감았다.
이정은은 "제 죽음이 2회분이 나간 것은 행운"이라면서 "유언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살라고, 애기씨도 살라고'라는 대사는 지금 생각해도 울컥한다. 어른들이 해줘야 할 것은 그거다. 모두가 죽으면서도 애신을 남겨놓는 것은 젊은이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죽음 앞에 슬퍼하는 애신. 그 신에서 이정은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사실 김태리가 함안댁을 애처롭게 안았는데, 제가 몸이 커서 모두 안을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죽으면서도 '우리 애기씨 힘들텐데'라고 생각하며 누워 있었다"고 일화를 전했다.

극중 행랑아범과 함안댁의 '밀당'도 백미였다. 두 사람은 생의 마지막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손 한 번 못 잡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이정은은 "이응복 감독이 끝까지 행랑아범과 함안댁이 손을 잡게 하는 게 나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김은숙 작가의 대본엔 안 잡는 걸로 나와있었고, 그거 하나 후회된다고 하셨다. 어차피 손 잡아봤자 죽을거지만,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방송을 보면서 신정근 오빠가 저를 그렇게 애타게 바라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정은은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역도 요정 김복주', '내일 그대와', '쌈, 마이웨이', 영화 '보안관', '재심', '곡성', '군함도', '택시운전사', 개봉 예정인 '미쓰백'에 출연하며 신스틸러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애기씨 고애신을 지키는 유모이자 오른팔 함안댁 역으로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줬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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