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한경닷컴 기획연재 (5)
김경진 <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시니어·공인회계사 >
강유빈·정창우 < 딜로이트 컨설팅 컨설턴트 >

(왼쪽부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김경진 공인회계사, 딜로이트 컨설팅 강유빈·정창우 컨설턴트.

성공적으로 암호화폐 공개(ICO)를 하려면 사전에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토큰 이코노미를 잘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ICO 참여자 간 상호이익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서 지속 발생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를 기반 비즈니스에 유치할 수 있으며 나아가 토큰 가치가 점차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ICO를 마친 뒤 이 같은 기반 비즈니스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도 보인다. 토큰 가치 저하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번 기고에서는 IC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 구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와 이와 맞물린 토큰 이코노미 설계를 다루고자 한다.

비즈니스 모델 구상

우선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정의하자.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핵심은 ‘탈중앙화’에 있다. 암호경제학 연구소 ‘디콘’에 따르면 탈중앙화란 “중앙기관의 엄격한 통제에 의한 질서로 운영되는 기존 네트워크 운영방식에서 탈피, 각 주체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맞게 행동할 때 네트워크 전체가 최대 이익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시장에 의한 질서 구현”을 뜻한다. 즉 경제학적 용어로 ‘자기조정 시장’을 구현해 재화 생산과 분배가 중앙권력 개입 없이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통제 및 운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는 기능별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 기능을 하는 비즈니스다. 암호화폐는 네트워크에 참여한 개인들의 컴퓨터에 동기화되는 거래원장 블록을 연결한 시스템을 통해 기존 중개자인 은행을 대체한다. 두 번째는 이더리움·네오·이오스 등과 같은 플랫폼 기능을 하는 비즈니스다. 이더리움은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에서 스마트 계약이 구동될 수 있게 설계해 해당 기술을 활용한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dApps·디앱)이 파생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 세 번째는 디앱을 통한 범용 서비스 비즈니스다. 디앱은 인터넷 바탕으로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 위에서 중개자가 없는 형태의 모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지칭한다. 현재 대부분 블록체인 기업이 화폐나 플랫폼 영역의 국한된 영역이 아닌 실생활에서 유·무형의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는 범용 기능 구현이 가능한 모델을 구상하고 있으므로, 세 번째 모델인 디앱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겠다.

디앱을 구축하려면 블록체인, 프로토콜, 토큰의 3가지 구성요소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첫 번째, 블록체인 상 블록과 블록 사이에 기록되는 데이터는 누구도 위·변조할 수 없고 모든 참여자들에게 동기화되므로 누구나 서로 신뢰 협력할 수 있는 공개된 데이터베이스로 작용한다. 두 번째, 프로토콜은 전체 시스템의 운영 규칙을 뜻하며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자율적 운영을 위해 전체 참여자에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블록을 생성하는 사람에게 어떤 보상을 줄 것이며 거래 수수료는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 등이 해당된다. 세 번째, 토큰은 네트워크 내에서 특정 행동을 하는 참가자에게 보상을 주는 수단으로서 넓은 의미로는 암호화폐도 포함된다. 디앱에서는 중개자가 없어 특정 주체가 거래를 검증하거나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지불되는 인센티브가 바로 토큰이다. 이처럼 네트워크 내 참여자들에게 유도하고자 하는 행동과 그에 대한 보상인 토큰 사이에서 유·무형의 가치가 순환되는 생태계를 ‘토큰 이코노미’라 부르며, 제대로 작동하는 토큰 이코노미가 있어야 디앱을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위의 3가지 요소를 갖춘 디앱 비즈니스 모델 구상을 위해 탈중앙화의 여러 장단점을 고려한 뒤 해당 비즈니스가 꼭 블록체인 기반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불필요한 중개자를 없애고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튜브는 콘텐츠 소비자와 생산자 간 중개자 역할을 하는 대신 소비자 대상 광고를 게재하여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디앱 중 하나인 디튜브(D.Tube)는 중개자를 없애고 자발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콘텐츠 제작 및 소비 활동에만 집중하게 하기 위해 스팀 블록체인 상에서 중개자 없이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업보트(Up vote·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과 동일)해 생산자에 토큰을 제공한다. 생태계 내에서 자발적으로 콘텐츠 생산과 그에 따른 보상이 순환되게끔 한 것이다. 또한 디앱은 해킹이 불가능한 높은 수준의 보안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대상으로 비즈니스 수행이 가능하고 거래 소요절차가 줄어 높은 운영 효율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디앱의 단점 또한 존재한다. 첫 번째, 중앙집중화된 운영주체로부터 제공되는 서비스보다 때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 기존에 중앙화된 주체는 운영을 편리하게 하고 데이터 처리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는 모든 참가 주체의 컴퓨터에서 데이터가 기록된 블록이 저장되고 새로운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검증 절차가 요구돼 불편하고 느릴 수 있다. 두 번째, 프로그래밍으로는 코드화할 수 없는 ‘사람의 의사결정’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의 판단과 결정을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거래에 참여한 당사자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계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의 요청이 올 수 있지만 프로그래밍된 서비스 하에서는 이 같은 인간적 변수를 모두 예측하기는 어렵다. 세 번째, 현재까지는 디앱 제공 서비스를 불신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기존의 중앙집중화된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는 탈중앙화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상의 단점들에도 불구, 디앱은 분명 기존 중앙집중화 서비스가 제공할 수 없는 영역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상을 가능케 한다. 향후 성공사례가 늘어날수록 디앱에 대한 신뢰도 역시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https://brunch.co.kr/@jeffpaik/53

토큰 이코노미 디자인

시장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블록체인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가 앞서 살펴본 비즈니스 모델 구상이었다면, 토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설계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행동심리학에서는 보상을 통해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이 가정을 토대로 행동을 강제하는 중앙주체 없이도 참여자들로 하여금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끔 만들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비트코인 검증 과정(프로세스)에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획득한다. 블록이 생성될수록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더 높은 수준의 보안과 네트워크 가치를 갖는 구조다. 이처럼 블록체인 안에서의 규칙과 보상구조를 바탕으로 순환되는 생태계를 일컬어 토큰 이코노미라 한다.

토큰 이코노미의 설계

최초의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신뢰성 있는 개인 간(P2P)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블록체인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추구하는 서비스에 따라 알맞은 인센티브 구조, 즉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는 아래의 핵심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참여자의 어떤 행동을 이끌어낼 것이며 인센티브는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
- 토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순환될 것인가?
- 토큰의 배분은 어떠한 규칙으로 이뤄지며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위 3가지 질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법과 그에 따른 효과 및 장단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블록체인 서비스에서 토큰 이코노미는 국가의 헌법과 같다. 한번 제정돼 배포되면 쉽게 수정하기 힘들며 이후 생태계 유지와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전 ICO(Pre-ICO) 단계에서 제공할 서비스와 사용자,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토큰 이코노미를 구상해야 한다.

◆ 참여자의 어떤 행동을 이끌어낼 것이며 인센티브는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중앙기관 통제 없이도 상호 신뢰할 수 있는 P2P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신규 블록을 생성하는 채굴자에게 비트코인이라는 인센티브(토큰)를 주며, 블록에 거래(트랜잭션)를 기록하고 거래 수수료를 받게 했다. 블록이 늘어날수록 블록체인의 보안은 강해지고 더 많은 거래 수요를 불러온다. 또한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한정돼 있어 수요만 있다면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므로 이 역시 채굴자들에게는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작업증명(PoW) 방식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P2P 결제 서비스에 알맞은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같은 PoW 방식은 복잡한 계산이 요구돼 자원의 낭비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은 많은 코인을 보유할수록 블록 생성 권한을 주는 지분증명(PoS), 소수의 검증자에 권한을 위임하는 DPoS(위임지분증명) 등 다양한 토큰 생성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 토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순환될 것인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토큰은 비트코인처럼 합의 알고리즘에 따라 발행할 수도, 토큰 개발 재단 측에서 한꺼번에 발행할 수도 있다. 한 번 발행된 토큰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순환되는 경우도 있고 사용할 때마다 소각되는 경우도 있다. 발행량이 비트코인과는 다르게 무한정인 케이스 역시 있다. 개별 토큰 특성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GNT(Golem network token)과 FCT(Factom) 토큰 비교를 통해 각각의 차이를 분석해보자.

GNT는 Golem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토큰이다. Golem 네트워크는 유휴 컴퓨팅 자원을 모아 렌더링(컴퓨터 그래픽 기법의 일종),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고도의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작업에 쓰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Golem 블록체인에서 수요자는 제공자에 GNT를 지불하고 컴퓨팅 파워를 사용한다. Factom은 금융·부동산·시민권 등 중요한 문서에 대해 위·변조나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데이터 저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FCT를 통해 데이터를 Factom 네트워크에 저장하게 된다.

<표> GNT와 FCT의 특징 비교

Golem 네트워크 상에서 서비스 수요자는 서비스 공급자에게 GNT를 지불하고 컴퓨팅 파워를 사용할 수 있다. 토큰은 10억개에서 더 이상 발행되지 않으며 생태계 내에서 계속 순환한다. 공급이 고정돼 희소성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나, Golem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수요 유지가 전제돼야 한다.

Factom 네트워크 상에서 서비스 수요자는 보유 FCT를 소각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는 수요자에 저장 공간을 제공하고 이후 매월 발행되는 7만3000개의 FCT 중 자신이 Factom 네트워크에 기여한 비율만큼 FCT를 받는다. Factom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고정됐다고 가정할 때 매월 소각된 토큰 양이 7만3000개보다 적다면 초과공급으로 FCT 가격은 하락할 것이고, 반대라면 초과수요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FCT의 유통량은 장기 균형점에서 7만3000개를 유지할 것이며 FCT 내재가치도 계산 가능하다. FCT는 토큰 가격과 유통이 안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1킬로바이트(KB)당 가격을 법정화폐인 0.0001달러에 고정해 제반 상황에 따라 서비스 공급이나 수요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 토큰의 배분은 어떠한 규칙으로 이뤄지며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토큰 가격은 ICO 단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하드캡(ICO를 통해 모집할 전체 목표금액) 금액에서 예정된 총 발행량을 나눠 계산할 수 있다. 다만 전술한 FCT와 같이 장기 균형점에서의 유통량이 예측 가능한 경우에는 제공 서비스가 속한 시장 규모, 참여자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한 내재가치를 고려해 토큰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ICO 이후 토큰 배분은 투자자뿐 아니라 ICO 운영주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ICO 이후 배분되는 토큰이 재단 등 ICO 운영주체에게 지나치게 높은 비율로 배분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보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나아가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돼 각국 증권법에 따라 규제를 받을 여지도 있다. 재단에 배분된 토큰의 사용처가 모호할 경우 역시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ICO 프로젝트의 경우 조달된 자금 사용처가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단순 표시된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할 경우에는 반드시 증권신고서에 자금 사용처를 자세히 밝히도록 돼있다. 자금으로 구입할 자산이 어떤 것인지, 투자 시기는 언제인지, 기대되는 효과는 어떤지 등을 자세히 서술하는데 ICO 프로젝트도 이와 같이 구체적으로 공시한다면 투자 매력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딜로이트와 한경닷컴은 블록체인, 암호화폐, ICO의 실체를 파악하고 한국 정부 및 사회가 보다 합리적인 법규와 정책을 확립하는 데 일조하고자 기고를 총 10회에 걸쳐 기획 연재합니다. 딜로이트는 ICO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는 만큼 한경닷컴 기고문에서 최대한 의견 표명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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