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이신혜 GBIC 한국 대표
한국·미국·중국시장 특징 비교분석
"블록체인, 몇년 만에 찾아온 기회"

이신혜 GBIC 한국 대표. / 사진 = 최혁 기자

“지금 해외에서 한국 시장에 대해 궁금해하고 뜨거운 관심을 갖는 분야는 블록체인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정부, 기업 및 생태계 참여자들이 협력해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해요.”

이신혜 GBIC 한국대표(사진)는 블록체인을 몇 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 맥킨지 컨설턴트로 활동하다가 미국 스탠퍼드대 MBA(경영학석사 과정)를 거쳐 실리콘밸리 핀테크(금융기술) 업계에서 일했다. 최근에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오는 23~24일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의 강연자로 나서는 이 대표를 지난 2일 한경닷컴이 인터뷰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주요 시장인 한국·중국·미국의 트렌드를 비교 분석할 예정이다.

- 엑스포에서 3국 사례 중심으로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의 특징을 강연할 예정입니다.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되는 한국의 특성이 있다면?

“한국 시장은 어떤 기술이 뜨기 시작하면 굉장히 빠르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각종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부각되는 이유죠. 한국은 인구당 암호화폐 투자 비율이 높고 1인당 투자금액도 많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거부감도 낮은 편이에요. 올 해 초만해도 인구당 암호화폐 투자 금액이 중국의 30배, 미국의 6배에 달했죠.또 리버스 ICO(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가 암호화폐 공개를 진행하는 것)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시장으로서 매력이 상당하다는 거네요.

“블록체인의 대중적 채택(Mass Adaption)이 실현되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가 바로 한국 아닐까요. 블록체인의 실사용 사례를 보여주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겠지요.”

- 미국 시장은 어떻습니까.

“미국은 전세계 블록체인 정책을 이끌어가는 나라죠. 당국이 비교적 명확하게 입장을 제시하다 보니 큼직한 프로젝트들도 여럿 탄생하고 있어요. 특히 상위 100위권에는 미국 프로젝트들이 많습니다. 미국은 강력한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 기본적으로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와 인프라가 잘 형성된 곳이니까요.

“이러한 상황에 맞춰 미국의 전통 벤처캐피탈(VC)들도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세콰이어,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 등 기존 VC들 상당수가 블록체인 투자를 이미 하고 있거나 시도하는 중입니다.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하도록 LPA(Limited Partnership Agreement)를 변경하거나 별도 암호화폐 펀드를 만드는 식이죠.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지하고 다양한 금융 상품들을 만들어내면서 블록체인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중국 시장의 특징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하는 시장이에요. 중국이 한국보다 6개월~1년 정도 앞서간다고 보면 됩니다. 중국은 블록체인 업계가 굉장히 서로 잘 연계된 시장이에요. 업계 핵심 인물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수직적 통합(공급자부터 수요자까지 이르는 가치 체계를 통합하는 행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하지만 중국은 강력한 암호화폐 규제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관된 규제 기조가 있는 건 맞아요.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블록체인을 장려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특징도 있습니다. 정말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들 대부분이 선물 옵션 트레이딩을 지원하는가 하면 ‘채굴형 거래소’ 같은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 출시를 주도하기도 하죠.”

- 화제를 바꿔볼까요. 어떤 기준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발굴·육성합니까.

“블록체인 투자는 기존 스타트업의 앤젤 투자와 비슷합니다. 아직 비즈니스가 자리잡지 않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죠. 주로 백서(White Paper)나 구성원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능력을 갖췄는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끈기를 갖고 추진할 수 있는지 등을 봅니다.”

- 기술적 측면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비즈니스적 측면도 체크해야죠. 이건 스타트업 앤젤 투자도 비슷합니다. 특히 ‘왜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중요해요. 기존에 잘 운영되는 비즈니스를 왜 블록체인을 활용해 탈중앙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특히 많이 묻습니다.”

- 프로젝트 발굴과 육성 성공 사례를 든다면.

“GBIC는 지난해 초부터 약 2년간 50여개 프로젝트에 투자를 해왔는데요. 아직 ‘성공’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좀 이른 것 같습니다. 가격 면에선 성공했다고 해도 실제 사용 사례가 나오고 ‘대중 채택’이 이뤄져야 진정한 성공 사례로 볼 수 있으니까요. GBIC는 전통적 VC에 가까워서 투자 뒤에도 프로젝트들과 계속 소통하며 사후관리에 신경을 씁니다. 투자한 프로젝트들이 앞으로 실사용 사례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 어려움을 겪은 케이스도 있었겠죠.

“몇몇 주변 사례들이 있더군요. 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는 결국 토큰에 대한 투자가 되는데, 투자자 보호조항이 거의 없다 보니 투자 자체가 일종의 기부 형태에 가깝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가 백서 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에요. 믿을 수 있는 팀인지를 잘 판단해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우리나라 블록체인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까.

“현장의 업체와 투자자 의견을 잘 듣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에는 국내외 정책 입안자, 대기업 관계자,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자 등이 참여하잖아요. 어떻게 해야 한국이 앞장서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야겠죠. 현행 국내법은 포지티브 규제(법에 명시된 것 이외에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를 표방하고 있어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 정부가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라는 것이군요.

“국내 투자자들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으니까요. 국내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 재단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할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국내 업체들이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거죠. 투자자를 보호하고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육성하는 방향의 정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을 밝히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탁상공론을 넘어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제대로 된 정책이어야겠죠.”

☞ 10월23~24일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가 열립니다. 국내외 정부 및 기업, 관련 업계 주요인사들이 참여해 '블록체인 프론티어 코리아' 비전을 전 세계에 공유합니다. 클릭하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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