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밀레니얼 파워
(1) 밀레니얼에 팔아라

누가 집에서 맥주 만들어 먹나?

LG, 가정용 맥주제조기 출시 준비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랩 신설
밀레니얼 세대 생활습관 '열공'

"목돈 안 들이고 렌털로 즐기자"
어르신 안마의자 2030 수요 늘어
한정판에 열광 'OO에디션 품절'

소비 자극하려면 '재미'를 줘라
벤츠 EDM 축제, BMW 서핑투어
샤넬 오락실은 '인증샷' 명당으로
2014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 한 사원이 ‘수제 맥주 제조기’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경영진은 정수기의 온도 조절 기술과 김치냉장고의 발효 기술을 적용하면 충분히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상업성이었다. 집에서 수제 맥주를 제조해 마시고자 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확신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수제 맥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들은 남들이 다 마시는 맥주는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LG전자가 이르면 내년 가정용 수제 맥주 제조기를 출시하기로 한 배경이다. 송대현 LG전자 H&A(생활가전)사업본부장은 “‘화려한 싱글’이 늘어나면서 ‘나만을 위한 맥주’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EDM 페스티벌’. 샤넬이 지난 4월 서울 서교동에 연 오락실의 화장품 뽑기 게임.

밀레니얼의 ‘취향’을 저격하라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제품 성능, 디자인, 사용자환경(UI) 등에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브랜드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CE(소비자가전)부문 생활가전사업부 산하에 밀레니얼의 생활 습관과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라이프스타일 랩’을 신설했다. 소비심리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은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제품의 70%는 밀레니얼 세대를 마케팅 타깃으로 보고 있다”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제품 개발 및 기획의 초점이 된다”고 말했다.

밀레니얼을 겨냥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LG전자는 수제 맥주 제조기뿐만 아니라 ‘화장품용 냉장고’도 출시할 예정이다. 냉장고는 가족의 ‘공용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했다. 나만의 공간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침대 머리맡에 두는 협탁형 냉장고로 디자인했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초 마블과 협업한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을 출시한다. 차량의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주문은 한 차례만 받는다. 제작도 ‘주문 생산’ 방식으로 이뤄진다. 임준형 현대차 글로벌마케팅 2팀장은 “본격적으로 운전대를 잡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의 가장 중요한 고객임과 동시에 미래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형성하는 주축”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위한 소비’를 자극하라
외제차, 안마의자 등 ‘어르신’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가 제품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할부나 렌털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당장 목돈이 없어도 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다.

‘승차감’보다 남들과는 다른 차를 탄다는 ‘하차감’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수입차 구매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1%에 달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페스티벌’을 열고, BMW가 강원 양양 서퍼비치에서 ‘서핑 투어’를 개최한 것도 밀레니얼 세대를 잡으려는 전략이다.

안마의자 시장에서도 2030세대가 큰손이다.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달에 약 10만원으로 ‘나만을 위한 사치’를 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구매자 중 37.2%가 2030세대였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삶의 질과 건강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안마의자 시장에서 가장 구매력이 큰 존재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바디프랜드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유기농 음식과 함께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카페 드 바디프랜드 청담’도 열었다.

그들의 ‘삶’에 스며들어라

아모레퍼시픽은 서울 여의도역과 홍대 CGV 등에 이니스프리 ‘그린 라운지’를 오픈했다.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약속 시간 전에 간단하게 화장 고치고 가세요”가 이곳의 콘셉트다. 300여 종의 화장품을 구비해 놓고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제품을 써볼 수 있도록 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한 전략이다.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29CM는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이달 연다. 입점 장소는 백화점도, 대형 쇼핑몰도 아닌 KEB하나은행 점포다. 264㎡ 규모 공간에 은행과 앤트러사이트 카페, 29CM 스토어 등이 ‘동거’하는 형태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유휴 공간이 늘어난 은행이 도심의 ‘알짜 공간’을 밀레니얼 세대의 ‘놀이터’로 제공한 것이다.

재미있는 경험이 있는 곳이라면 밀레니얼 세대는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입소문까지 낸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 4월 홍대 앞에 오락실 ‘코코 게임센터’를 열었다. 인형뽑기, 퍼즐슈팅게임, 사운드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오락기를 들여놨다. 레이싱게임을 위한 핸들에는 거대한 샤넬 로고를 새겨넣었다. 립스틱 모양의 조이스틱도 곁들였다. ‘인증샷’을 찍기에 최적의 장소로 꾸미기 위해서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샤넬은 고급스럽고 비싸다’는 편견 때문에 소비자 연령층이 다른 브랜드보다 높은 편”이라며 “20대 소비자가 샤넬 화장품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김보라/박종관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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