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65> 가까운 미래, 먼 미래

현재이익 집착해 미래 포기
자기통제 못하는 사람 많아

연금·보험·부동산 같은
비유동성 자산 비중 늘려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마시멜로 실험은 미래에 얻게 될 이익보다 현재 눈앞의 이익을 우선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 마시멜로 두 개(미래 이익)를 먹을 수 있는데도 지금 당장 한 개(현재 이익)를 먹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 참여한 4살 아이들을 15년 후 추적 조사한 결과,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들이 바로 먹은 아이들보다 대학입학시험 성적이 210점 높았다. 연구진은 어렸을 때의 참을성과 자제력이 학업 성적과 사회적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래 이익을 위해 참을성을 발휘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미래는 앞으로 올 때, 즉 앞날을 의미한다. 가깝게는 내일이나 다음달일 수도 있고, 멀게는 내년 또는 수십년 후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를 구분해 사람의 선택이 달라지는지를 설명했다. 가까운 미래 상황에선 ‘오늘 사과 한 개’(a)와 ‘내일 사과 두 개’(b) 중에서 선택해야 하고, 먼 미래 상황에선 ‘1년 후 사과 한 개’(c)와 ‘1년 1일 후 사과 두 개’(d) 중에서 골라야 한다.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 모두 하루 차이로 사과 한 개가 두 개가 되는 것은 같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가까운 미래에서 a를 선택했다면 먼 미래에선 c를 고르고, b를 선택했다면 d를 고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가까운 미래에선 상당수 사람이 a를 선택하지만 먼 미래에선 c를 고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가까운 미래에선 하루 일찍 받는 것이 사과 한 개를 포기할 정도지만 먼 미래에선 하루 정도는 충분히 더 기다릴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의 할인율이 다르다는 말로 표현된다. 할인율은 미래의 가치를 현재 시점의 가치로 계산하기 위해 적용하는 비율이다. 가까운 미래 상황에선 내일의 사과 두 개가 오늘의 사과 한 개만 못하므로 할인율이 높다. 반면 먼 미래 상황에선 1년 1일 후 사과 두 개가 1년 후 사과 한 개보다 선호되므로 할인율이 낮다. 이처럼 가까운 미래엔 상대적으로 높은 할인율이, 먼 미래엔 낮은 할인율이 나타나는 것을 가리켜 ‘쌍곡선형 할인’이라 한다.

쌍곡선형 할인 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기통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 마시멜로 실험에서처럼 참을성과 자제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작은 이익에 집착해 미래의 큰 이익을 포기한다. 재무설계와 관련해선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쌍곡선형 할인 성향의 사람들도 보유한 자산이 종류별로 유동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모든 유동자산을 즉각적으로 소비하더라도 연금, 보험, 부동산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바로 소비하기 어렵다. 그 덕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현재 소비를 위해 미래 큰 이익을 포기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에 들어 비유동자산을 만들수록 쌍곡선형 할인 성향의 단점을 이겨내기 쉬워진다.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는 의사결정의 기준에서도 차이가 난다. 심리학자 트롭(Trope)과 리버먼(Liberman)이 제안한 해석수준이론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선 구체적 정보, 먼 미래에선 추상적 정보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이를 감안하면 먼 미래를 위한 연금에 가입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동안엔 노후에 연금생활자로 넉넉한 생활을 하는 모습 같은 추상적 정보에 집중하는 게 도움이 된다.

가까운 미래 상황은 실행 가능성을 따지고, 먼 미래 상황은 바람직성을 중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외부 강사 초청 강연회가 조만간 열릴 예정이면 강사와 강연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바람직성이 낮더라도) 자신이 참석하기 좋은 시간에 열리는(실행 가능성이 높은) 강연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강연회가 먼 미래에 예정됐다면 자신이 참석하기 좋은 시간인지(실행 가능성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흥미롭고 도움이 되는 강연인지(바람직성 여부)를 기준으로 강연회 참석을 결정한다. 먼 미래를 위한 연금 상품 가입은 그 연금을 활용한 노후 대비라는 바람직성에 초점을 맞춰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까운 미래는 사소한 것(주변 속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데 비해 먼 미래는 본질적인 것(중심 속성)을 중시한다. 먼 미래를 위한 연금 상품 가입 문제는 노후 대비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가라는 본질적인 점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longru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