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아파트 건설붐…빈집세까지 도입돼

홍콩 센트럴 미드레벨 일대 아파트촌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 거품이 심한 도시로 꼽혔다. 도심지 주변 소형 아파트(55㎡)를 구입하는 데 연평균 소득 기준 30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부동산거품지수 세계 1위

4일 스위스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홍콩의 세계부동산거품지수(GREBI)는 2.03으로 조사됐다. 홍콩은 이번 조사 대상 20개 대도시 중 지수가 가장 높았다. 독일 뮌헨(1.99), 캐나다 토론토(1.95)와 밴쿠버(1.92), 네덜란드 암스테르담(1.65)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쿄의 거품지수가 1.09로 높은 편이었다. 지수가 1.5보다 크면 거품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0.5~1.5는 고평가 상태, -0.5~0.5는 적정수준, -1.5~-0.5는 저평가 상태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서도 홍콩 집값은 단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전월 동기 대비 11.8% 올라 주택가격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이후 줄곧 연평균 10%씩 오르고 있다. 지난 7월까지 28개월 연속 상승세다.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 지역도 3.3㎡당 분양가가 6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PIR, 즉 소득대비 주택가격(Price to Income Ratio)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홍콩에선 주택가격이 중위 가계소득의 19.4배에 이른다. 시드니(12.9배), 런던(8.5배) 등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세계 실질 주택가격지수 상승세

◆ 초소형 아파트 건설 붐

올 초에는 홍콩섬 폭푸람에서 19.4㎡ 크기의 원룸이 786만홍콩달러(약 11억원)에 거래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3.3㎡당 2억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차장 가격마저 덩달아 오르며 홍콩 호만틴 지역에 있는 한 고급주택 주차장 1칸(약 12㎡)은 올 초 600만홍콩달러(약 8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홍콩 시민의 평균 월급(중위소득 기준)은 1만7200홍콩달러다. 통상 600만홍콩달러 정도 하는 55㎡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해도 꼬박 30년이 걸리는 셈이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홍콩에는 ‘나노 플랫’, ‘캡슐 홈’, ‘슈박스 홈’ 등으로 불리는 초소형 아파트(면적 20㎡ 이하)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3년 전체 아파트의 1% 정도였던 초소형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 4%로 늘었다.

◆ 빈집세까지 도입

정부는 급기야 지난 6월 빈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에 세금을 매기는 ‘빈집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안 팔린 채 빈집으로 남아있으면 임대료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UBS는 이번 보고서에서 “홍콩 부동산 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라며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는 당국 조치는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에서 높은 집값으로 유명했던 런던 거품지수는 2년 연속 하락했다. UBS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해외 구매자의 과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투자가 주침해진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미국 도시 대부분도 부동산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06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샌프란시스코(1.44), 로스앤젤레스(1.15), 뉴욕(0.68) 등은 과열 상태로 지목됐다.

마크 헤이펄리 UBS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융 중심지의 집값 거품 위험이 크기는 하나 금융위기 전과 비교할 바는 안된다”면서 “투자자들은 거품 위험 지역 부동산시장에선 신중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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