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복합개발 시대 열린다

'한국판 롯폰기힐스' 구상 밝힌 박원순 시장

상업·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공실 늘어나는 도심 업무빌딩에
공공 주택 추가…중산층에 임대
2023년까지 3만4000가구 공급

"그린벨트 안 풀고도 집값 안정
도심 空洞化 막는 효과도 기대"

임대아파트, 상업시설, 호텔, 영화관, 방송국, 미술관 등 다양한 기능의 건물과 공간을 두루 갖춘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 서울시가 도심 복합단지 개발을 허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서울에서도 롯폰기힐스와 같은 복합건물이 도심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Getty Images Bank

서울시내에 주거 상업 업무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도심 복합단지 개발을 허용하겠다고 밝혀서다. 서울시는 그동안 복합개발을 억제해왔다. 주거지역엔 집을, 상업지역엔 업무·상업시설을 짓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정해진 용도지역에 맞는 건축물만 허용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발언은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을 의미한다. 상업지역에도 집이 함께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처럼 주거 업무 상업 문화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단지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라며 “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도심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도심 내 빌딩에서 임대·주택 공급”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심은 주로 업무 빌딩이어서 저녁엔 텅텅 비어 있다”며 “도심에 들어서는 높은 빌딩 일부에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분양이 많아지면 주택가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공임대를 주로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이런 식으로 확보한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에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에 중산층이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면 집값도 잡고 도심 공동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서다. 그는 “지금까지는 임대주택을 기초생활수급권자 중심으로 공급해왔는데 앞으로는 도심 고층 건물에도 넣어 중산층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대신 임대보증금을 상당한 정도로 받아 추가로 공공임대를 짓는 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롯폰기힐스’ 등장하나

서울시는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정부가 발표한 ‘9·21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서울 상업·준주거지역·역세권 규제 완화 방안이 그것이다. 우선 서울 상업지역의 주거용 비율과 용적률을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현재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 건물의 주거 외 비율을 20~30% 이상, 주거용 사용부분의 용적률을 40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주거 외 용도비율을 일괄 20% 이상으로 하향하고 주거용 사용부분의 용적률을 600%까지 올리기로 했다.

준주거지역 용적률도 완화한다. 현재 서울 준주거지역 용적률은 400% 이하로 규정돼 있다. 앞으로 모든 준주거지역에서 용적률 500%를 허용한다.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조건이다. 역세권(250m 이내)에서도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용적률을 상향한다. 마찬가지로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들 내용은 서울시가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한 뒤 시행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서울시내에 주거 상업 업무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건물이 들어설 전망이다.

박 시장은 앞으로 지을 건물은 물론 기존 빌딩에서도 주택공급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용 시설을 추가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조건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민간 사업자 주도로 이뤄지는데 공공임대와 분양 조건 등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진다”며 “서울시의 정확한 정책이 나와봐야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재확인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도심 유휴지나 상업지역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을 통한 주택 공급을 대안으로 제안해왔다. 서울시는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2023년까지 3만4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기존 의견을 재확인했다. 도시 외곽에 주택을 짓는 현 정부의 주거 정책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서울로 출근하는 데 한 시간 반, 두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젊은 직장인들이 몇 억원을 빚내서라도 서울로 들어오려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젊은 직장인이나 청년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면 동네가 확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며 “도심 고층 주상복합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도시재생과 도시 중심부의 활력을 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양수겸장’”이라고 강조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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