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비상' 걸린 2기 신도시

'뿔난' 2기 신도시 주민들

"자족기능·광역교통망 엉망인데
정부는 강남 집값 잡기에만 연연"
3기 신도시 백지화 청원 쇄도

김포한강·파주운정·위례 등
연말까지 2만가구 분양 예정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정부가 지난 21일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발표하자 2기 신도시 주민들이 미분양, 선호도 하락 등을 우려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4만여 가구 추가 공급이 예정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한경DB

국토교통부가 지난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발표한 3기 신도시는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건설된다. 신도시 한 곳당 4만~5만 가구씩 총 2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선 서울과 가까운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기 과천·광명·시흥·하남·고양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유탄은 파주 운정, 양주 옥정, 인천 검단 등 2기 신도시가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자족기능’과 ‘광역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추진하면 2기 신도시가 주택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들끓는 2기 신도시 주민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조성을 반대하는 글 5개가 올라와 있다. 이 중 ‘자족기능 없는 2기 신도시를 두고 3기 신도시?’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1일 올라온 뒤 3400여 명의 서명을 이끌어 냈다. 이 청원자는 “기존 1·2기 신도시부터 충분한 자족기능과 교통대책을 마련하고 3기 신도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강남 집값 잡으려 시작한 일이 외곽의 서민들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손상준 도우 대표는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고양 덕은·장항지구는 1기 신도시인 일산보다도 서울에 가깝고, 김포 고촌 역시 김포한강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다”며 “3기 신도시 공급 기대에 2기 신도시로 이동하려던 수요가 대기수요로 전환되면 이들 지역의 분양과 집값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2기 신도시인 판교신도시도 조성 계획이 발표된 뒤 분양 전까지 많은 대기 수요를 유발했다”며 “입주 시점이 몇 년 후더라도 입지 경쟁력이 높으면 수요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일선 중개업소들도 대체로 전문가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김포 풍무동 D공인 관계자는 “김포 일대에서 서울과 가장 가까운 곳이 고촌인데 그곳에 신도시가 들어서 대규모 공급이 이뤄진다면 주변 다른 단지는 입주와 분양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입주물량 쌓여 있는데”

국토부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정부가 지정한 수도권 2기 신도시는 화성동탄1·2, 김포 한강, 파주 운정, 광교, 양주 옥정, 위례, 성남 판교, 고덕, 인천 검단 등 10곳 60만여 가구다. 부동산업계는 이 중 20만 가구 이상이 아직 분양되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다음달부터 분양에 나서는 검단신도시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유승종합건설은 다음달 검단신도시 AA4블록에 전용 84~107㎡, 938가구 규모의 ‘검단신도시 유승 한내들 에듀파크’를 공급한다. 호반건설도 다음달 AB15-2블록에서 전용 72~84㎡, 총 1168가구로 구성된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을 분양할 예정이다. 이후 대우건설, 금호산업, 우미건설 등도 순차적으로 분양에 나선다. 올해 말까지 1만 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아파트 용지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회사들이 3기 신도시를 우려해 아파트 용지 분양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3기 신도시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꺼리는 아파트 용지가 많았다”며 “LH도 아파트 용지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집값 추가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김포시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29% 떨어졌다. 파주시도 같은 기간 0.46% 하락했다. 양주시는 0.24% 떨어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센터장은 “2기 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30~40㎞ 떨어져 있어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며 “공급과잉에 3기 신도시 악재까지 겹친 터라 당분간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진석/선한결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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