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對이란 제재에 반기 드는 국제사회

독일·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특수목적법인 설립하기로 결정

폼페이오·볼턴 "매우 실망"
유럽연합(EU)이 중국 러시아 등과 손잡고 이란과 원유 거래를 지속할 수 있는 특별한 금융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대해 미국을 제외한 이란 핵협정 당사국들이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외교장관들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부터 자신들이 맺은 이란 핵협정을 고수하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페레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과 세계 기업들이 EU법에 따라 이란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금융 거래를 도와주는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법인은 세계 다른 국가들에도 개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 금융결제시스템 구축에 합의한 국가들은 미국이 지난 5월 탈퇴를 선언한 이란 핵협정에 남기로 결정한 나라다. 이들은 이란과의 합의 사항을 준수하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해왔으며, 특별 금융결제시스템 도입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이란 제재 강화를 선언했다. 미국은 오는 11월4일까지 각국에 이란과의 원유 거래를 중단토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기축통화인 달러 결제시스템에서 해당국 금융회사들을 배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모게리니 대표는 “특별 금융결제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요금 결제 등도 논의할 수 있지만 그 문제는 앞으로 열 전문가 회의에서 깊이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원유 거래 등에서 달러를 배제하는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가동되면 달러 패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협정 당사국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발끈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특수 결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소식에 혼란을 겪었으며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시스템은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역(逆)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라며 “이란으로부터 수입을 계속하면 1위 테러 원국이란 이란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한 콘퍼런스 연설에서 미국은 대이란 경제 제재 조치를 “공격적이고 단호하게 할 것”이라며 “미국은 EU나 그 어떤 국가가 미국의 이란 제재 노력을 와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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