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봤을 때는 미중 무역분쟁이 앞으로 수십 년 갈 겁니다. 미중이 서로 오판한 것 같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단순히 무역수지 적자해소를 위해 제재를 가한 것으로 오판한 듯 합니다. 중국은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일부만이 대중국 고관세를 지지하기 때문에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대중 제재에 여야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조야를 초월해 광범위하게 미국인들이 지지한다는 점을 중국이 간과한 듯 합니다.

미국으로선 중국이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나 수출하는 만큼 ‘실탄은 우리가 더 많다’고 계산해서 중국이 쉽게 백기를 들 것이라고 오판한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땐,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정서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회견은 한미 FTA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습니다만, 제 귀에 쏙 들어온 건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를 다시 맺은 게 미중 무역분쟁 사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란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서로 오판해서 시작됐고 확전된 만큼 수십년 갈 것이란 겁니다.

마침 24일은 미국의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10%가 발효된 날입니다. 중국도 이날 6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에 5~10%의 보복 관세 부과에 돌입했습니다.

중국은 전날 고위급 무역협상을 거부했습니다. 류허(劉鶴) 경제 부총리는 오는 27∼28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협상을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한 예정이었습니다.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무역 행태를 비판하는 백서도 발행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2760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수년 동안 지속해 왔던 것이지만, 이번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행정부의 차이는 이길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증시는 점점 이런 현실을 인식하는 듯 합니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 주말보다 181.45포인트(0.68%) 내린 26,562.05으로 마감됐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30포인트(0.35%) 하락한 2,919.37, 나스닥 지수는 6.29포인트(0.08%) 상승한 7,993.25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11월 중간선거를 전후로 타결될 것이란 낙관적 관측이 힘을 잃어가고 있어서입니다.

물론 미 법무부 차관인 로드 로젠스타인이 뉴욕타임스 보도(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몰래 녹음해 대통령 직무를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로 사퇴설이 불거진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인 배럴당 81달러를 돌파했습니다.
11월 이란 제재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국들이 곧바로 증산에 돌입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트위터로 OPEC의 독점을 비판하고 증산을 촉구했지만, 사우디 러시아 등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무역전쟁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국제 유가는 점점 더 치솟는 상황입니다.

미중 사이에 끼인 상태인데다, 원유를 모두 수입해야하는 한국은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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