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형 온더 대표 인터뷰
"성능 때문에 탈중앙성 희생하면 블록체인 의미 없어"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블록체인의 트릴레마(세 가지 딜레마)로 탈중앙성, 확장성, 보안성을 꼽았다. 세 요소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모두 유지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록체인의 사용성 확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도 성능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10만~100만 TPS(초당 거래량) 등 높은 성능을 앞세운 메인넷 발표가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러한 업계 경향에 대해 블록체인 개발·컨설팅 스타트업 온더의 정순형 대표(사진)는 “성능이 중요하다면 차라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쓰는 게 낫다”고 했다. 성능에 치우쳐 탈중앙성이라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를 훼손해서는 곤란하다는 쓴소리다.

2014년부터 블록체인을 연구해오며 국내 1세대 이더리움 개발자로 꼽히는 정 대표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가 성능에 있다면 7TPS에 불과한 비트코인은 진작 도태됐어야 한다. 그렇지 않기에 비트코인이 10년 가까이 대표 블록체인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사라진 후에도 참여자들에 의해 네트워크가 유지·보수되며 대표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상을 지키고 있다.

그가 이 같이 지적한 것은 성능에 역점을 둔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이 탈중앙성을 훼손하는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15TPS를 제공하는 이더리움만 해도 1만4000여개의 노드가 존재한다.

반면 대표적 3세대 블록체인 이오스는 21개 노드만 블록을 생성하고 100개 노드가 검증에 참여하게 해 3000TPS를 확보했다. 최근 발표되는 블록체인 중에는 노드를 10개 이하로 줄인 경우도 많다. “현실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다”며 탈중앙성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정 대표는 “탈중앙화를 통한 신뢰 확보가 블록체인의 근간”이라며 “중앙화된 네트워크는 개발·운영주체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은 자신들이 믿을 수 있는 집단이라고 소개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한다면 신생 기업보다는 아마존 같이 이미 검증된 주체들이 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더는 탈중앙성 확보를 전제로 한 이더리움의 성능 향상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의 이더리움 재단은 이더리움 성능 향상을 위해 사이드체인 ‘플라즈마’를 제안한 바 있다. 메인넷인 이더리움에 기생하는 사이드체인을 만들고, 대부분의 데이터를 사이드체인에서 처리한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사이드체인에서 검증에 필요한 최소 데이터만 메인넷에 전송하고, 처리할 데이터가 줄어든 메인넷은 성능이 향상된다.

사이드체인은 성능을 높이려는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채택하고 있지만 맹점도 있다. 하부 체인이 블록 단위에서부터 잘못된 데이터를 생산할 경우 메인넷에서 검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 운영 주체가 거부할 경우 사이드체인의 데이터를 모두 공개해 검증도 불가능하다.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이 생긴다.

온더는 사이드체인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저들이 직접 참여해 블록(데이터)을 제시하고, 많은 유저가 이에 동의하면 해당 데이터가 채택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으로 지속적인 추가 연구와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이 개념이 가상머신에서 작동할 경우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는 해외 연구팀의 연락을 받았다.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은 기술이 세상을 낫게 만든다.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조력자가 되는 게 온더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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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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