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너무 많이 해 깜짝 놀라…문화 차이 이해하려고 노력"

"나물 다듬기, 전 부치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젠 벌초까지 베테랑이 됐어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에 시집온 다문화 가정 결혼 이주여성들도 분주하다.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이지만 이들에게는 이국에서 맞는 명절이 매번 새롭다.

충북 옥천에 사는 결혼 11년 차 베트남 댁 쩐티미수엔(29·한국명 장지수) 씨는 남편(51)과 단둘이 명절 준비를 한다.

2008년 시집와 처음 명절을 맞았을 때는 아무것도 몰라 시어머니와 작은어머니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탕국과 전, 나물, 잡채 등 무엇이든 척척이다.

그녀는 "명절 때마다 똑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니 금세 익숙해지더라"며 "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3년 차부터 남편과 둘이 하고 있는데,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 가지 수가 많아서 그렇지 조리가 힘든 건 없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쩐티미수엔 씨도 번거로운 한국의 추석 문화를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쭝투'라고 불리는 베트남의 추석 분위기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어린이날과 비슷하다.

쭝투는 공휴일도 아니고 주로 학교에서 아이들이 과일이나 과자를 먹고 노래하면서 즐기는 파티 같은 개념의 명절이다.

물론 베트남에도 한국의 추석처럼 조상의 은덕을 길이는 명절이 있다고 한다.

바로 '단오절'이다.

하지만 이날 역시 음식 준비가 한국처럼 복잡하지는 않다는 게 쩐티미수엔 씨의 설명이다.
"처음 시집와서는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음식을 왜 준비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문화적 차이라며 남편이 차근차근 설명해줘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했죠"
현재 옥천상업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쩐티미수엔 씨는 동시 통역사를 꿈꾸며 한국 문화에 녹아들고 있다.

그녀는 "학교를 졸업하면 한 3년 정도 경제활동을 한 뒤 대학에도 도전해 보려 한다"며 "한·베트남 교류와 결혼이주여성 권익 신장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충남 홍성에 사는 베트남 댁 푸엉(36) 씨는 한국생활 13년 차 베테랑 주부다.

차례 음식 마련부터 벌초까지 거침이 없는 그녀이지만, 한국의 친인척이 모두 모이는 이맘때면 향수에 젖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 당일에는 시댁에서 제사를 지내고, 다음 날에는 베트남 출신 이웃과 모여 베트남식 추석을 즐기는 것으로 향수를 달랜다.

2년에 한 번씩은 초등학교 6학년 딸, 4학년 아들과 함께 베트남에 가서 추석을 보낸다.

푸엉 씨는 "자주 볼 수 없는 베트남 가족도 만나고, 아이들은 엄마의 나라에서 보내는 추석이 어떻게 다른지 체험하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강원 화천으로 시집온 투엔스 랜가(27) 씨는 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한국 명절 문화에 익숙해 지고 있다.

"캄보디아에도 추석과 같은 명절이 있는데 제사를 지내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비슷하지만, 한국처럼 음식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한국의 차례상에는 전과 고기, 나물 등이 주로 오르지만, 캄보디아는 따로 조리할 필요가 없는 과일이 더 많이 올라간다고 한다.

아직도 차례 준비가 어색한 랜가 씨이지만 올해 추석은 기분이 최고다.

추석을 보내고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그리운 고향 캄보디아를 다녀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댁 식구들이 다 모이면 항상 고향 가족이 더 생각나 울적했는데, 캄보디아에 갈 생각을 하니 벌써 설랜다"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주영 이상학 전창해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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