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40㎞ 출퇴근 직장인, 2주에 한번꼴로 충전하면 돼
도심 주행에 맞춰진 성능
니로 하이브리드보다 경제성 뛰어나
고속주행에선 내연기관 차보다 취약해

기아자동차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고객 인도에 나선 전기차 니로EV. (사진=기아자동차)

올 초 전기자동차(EV)가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보조금은 2만대 물량에 그치고 고객 인도까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전기차 관심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400'이란 숫자가 준 주행거리의 혁신 때문이었다. 한 번만 충전해도 400㎞를 달린다는 게 아주 매력적이지 않는가. 그동안 전기차 단점으로 지적되던 충전 인프라 걱정을 상당부분 덜었다는 점에서 운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니로EV 역시 연초 전기차 인기에 한몫 거들었던 모델이다. 기아차(32,500950 -2.84%)가 1회 충전으로 약 400㎞를 달릴 수 있는 장거리 전기차로 첫 선을 보인 것.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올해 8500대의 예약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니로EV는 7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됐고 8월말 기준 1066대가 출고됐다.

◆ 정말 탈만해진 전기차

"선배 탈만하네요. 차 정말 잘 나가네요"

최근 기아자동차가 마련한 니로EV 미디어 시승회에서 동승한 기자가 차를 운전하고 내뱉은 말이다. 전기차 운전 경험이 많지 않던 그는 가속 페달을 밟자 토크가 경쾌하게 반응하며 속도를 쭉 밀어올리는 전기차 성능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와 달리 전철과 같이 미끄러지듯 속도가 붙어 도심에서 가속을 만끽하기가 좋다. 쉐보레 볼트EV, 현대차(116,5002,000 -1.69%) 코나EV가 그런 특징을 보인다. 니로EV도 마찬가지였다.

한시간 동안 파주 카페에서 부암동 석파정까지 약 50㎞를 달리면서 측정해 본 순간 연비는 1㎾h당 7㎞ 주행거리가 나왔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1㎾h당 약 180원. 이를 환산하면 1800원에 70㎞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차량 뒷유리 스티커에 표시된 에너지소비효율은 복합 5.3㎞/㎾h(도심 5.8㎞/㎾h, 고속도로 4.9㎞/㎾h). 실제 운전에서 공인 연비보다 더 효과적인 주행거리를 나타냈다. 니로EV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385㎞로 표시됐다.

이제 정말 전기차가 탈만하다고 느낀 것은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여러 개의 전기차 충전 콘센트가 생기면서였다. 최근 볼트EV가 주차장에 충전중인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내년엔 보조금 신청을 해볼까 하는 끌림을 느꼈다.

구청, 대형마트, 고속도로 휴게소 등 한정적으로 생겼던 전기차 충전시설이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 주차장까지 늘어났다는 것은 전기차가 이제 일상 생활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퇴근 후에 충전해 놓고 다음날 출근할 때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니로EV는 한 달에 2번만 충전하면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이 없어 보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상당수는 회사까지 출퇴근 거리가 편도 20㎞ 안팎이다. 하루 주행거리를 약 40㎞로 본다면 주5일 근무가 보편화된 요즘 한 주 200㎞, 2주에 400㎞를 탈 수 있다. 그렇다면 한 달에 2번만 충전해도 통근용 차량으로 이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물론 주말 여행에서 전기차를 이용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어디까지나 통근용이라는 범위를 정한다면 충분히 월 2회 충전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기상 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은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왕복 주행이 가능하고,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충전 없이 도달할 수 있다"고 니로EV를 소개했다.

◆ 도심 통근용차로 탈만하네

니로EV는 코나EV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코나와 니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나와 크기와 성능은 비슷하고 내외관 모습 차이만 날 뿐이다. 각자 디자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기자는 코나 디자인보단 니로 디자인이 취향에 더 맞았다.

실내 운전석에서 약간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변속기 모양이었다. 파킹(P), 주행(D), 후진(R) 정지(N) 등을 돌려서 맞추는 조그다이얼로 조작하게 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가죽시트에 초록색 스티치를 넣어 포인트를 준 부분도 최신 트렌드와 잘 어울렸다.

다양한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판 클러스터 조작은 쉽고 편리했다. 사용자를 위해 쉽게 설계한 부분은 현대·기아차의 장점으로 꼽고 싶다. 효율을 강조한 차답게 나의 운전모드로 들어가면 '경제 운전·보통 운전·비경제 운전'의 비중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한 가지 특징적인 건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의 적용을 꼽을 수 있다. 주행 중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들쉬프트(기어변속장치)의 좌측 버튼을 누르면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도 회생제동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세팅돼 있었다. 0~4단계까지 레버 조작으로 정차까지도 가능한 장치다. 우측 버튼은 그 반대 기능을 담당했다.

니로EV는 가급적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거나 도심에서 타길 권한다. 이유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승차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바닥에서 운전석으로 전달되는 노면 진동이 조금 컸고 시속 130㎞ 이상 차를 몰고가면 운전하는 맛이 좀 떨어졌다. 대부분 전기차가 갖고 있는 단점이 니로EV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시트 아래로 들어가 있어 하중이 무겁다. 서스펜션 반응이 딱딱하고 쇽업쇼바의 진폭이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적어 충격 흡수에 약한 구조다. 그래서 부드러운 승차감에 취약하고 노면 진동도 더 크게 운전석까지 전달된다. 대신 도심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순간 가속이 뛰어나 니로 하이브리드를 탈 때보단 운전 재미가 훨씬 좋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과속 단속 카메라가 군데군데 많아서 시속 120㎞ 이상 달릴 수 있는 구간도 많지 않다. 니로EV는 지나친 과속만 피한다면 주행 성능이 크게 불만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니로는 기아차의 친환경 전용 모델이다. 현대차 아이오닉과 같은 역할을 맡았다. 2년 전 타봤던 니로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전기차 가격은 세제 혜택 후에도 대략 500만원가량 비싸지만 보유기간이 길면 길수록 휘발유를 넣는 하이브리드 모델보단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전기차의 특성 중 하나다.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주행거리 차이가 생긴다. 64㎾h 배터리를 탑재한 장거리용 모델은 최대 385㎞, 39.2㎾h 배터리를 얹은 단거리용 모델은 최대 240㎞를 달린다. 구매자들에게는 단거리용보단 아무래도 충전 횟수가 줄어드는 장거리용 모델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용 니로EV는 국고 및 서울시 기준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프레스티지 트림 3080만원, 노블레스는 3280만원에 살 수 있다. 이중에서 고급트림 구매 비중이 70%에 달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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