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자전거·車부품·가구…
연말 쇼핑시즌 물량 확보 전쟁
선박·항공편 운임 천정부지

내년 1월 관세 10%→25%
美 수입업자들 사재기 극성
"트럼프, 美 가정에 세금 걷는셈"
“블랙프라이데이(11월23일) 판매 물량을 아직 다 들여오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납품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대 쇼핑철인 블랙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길에 초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24일(현지시간)부터 부과하기로 하면서 양국 수출입 회사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화물 운송을 서두르면서 운임까지 치솟고 있다.

내년 1월 관세가 10%에서 25%로 뛰기 때문에 그 전에 미국으로 수입하려는 수요가 올 연말까지는 북새통을 이룰 전망이다. 미국의 한 무역업자는 “몇 주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발효를 위협해왔으나 유예기간을 1주일밖에 주지 않을지는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관세 발효 이전에 장난감부터 자전거, 자동차 부품, 가구,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중국 상품을 미국으로 실어오기 위한 운송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많은 수입업자가 앞다퉈 물량을 배에 실었다. 미·중 간 선박 운송에 20여 일이 소요된다.

예정보다 이른 8월 말부터 로스앤젤레스행 화물선에 자동차용 조명 제품을 대량으로 선적하고 있는 중국 동부 장쑤성의 ED옵토전기조명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수출관리 담당인 멜리사 수는 “운송에 약 25일이 걸린다”며 “우리는 관세를 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간으로 24일 새벽 이전에 미 항구에 도착하면 10% 관세를 피할 수 있다.

일부 미국 수입업자는 항공화물 요금을 지급하겠다며 빠른 선적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장난감 제조사 렁청그룹의 런렁 회장은 “지난 두 달 동안 점점 더 많은 고객이 관세를 피해 예정보다 일찍 물품을 선적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며 “판매가가 높은 소형 전자장난감의 경우 항공편 수송을 주문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수입업자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서두르면서 지난 8월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310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7월(280억9000만달러)보다 늘어나면서 또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서부 해안의 항구들은 몰려드는 화물로 북적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 오클랜드항의 8월 수입 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9.2% 증가했다. 지난 91년 역사상 가장 바쁜 8월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항의 수입 물량도 올 들어 8월까지 9.4% 늘었다.

운송 비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영국 해운 컨설팅업체인 드류리의 세계컨테이너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7~13일 중국 상하이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해상 운송비는 40피트 컨테이너당 2362달러에 달해 2014년 12월 이후 주간 단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는 내년 1월1일부터 25%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미국 수입업자들은 중국산 제품 비축에 나서고 있다. 최소 연말까지는 이런 수송 전쟁이 이어질 판이다. 라훌 카푸어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관세율 표를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다”며 “미국행 선박이 다 차서 중국 항구에 화물들이 갇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267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신발 및 의류 등을 포함한 소비재까지 모두 포함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가 최대 쇼핑철인 성탄절 시즌 이후로 미뤄졌고 스마트폰이나 어린이 식탁의자 등은 관세 목록에서 빠졌다”면서도 “많은 미국 기업이 이번 관세로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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