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평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꼬여있던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국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다시 시작하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다음주엔 미국 뉴욕에서 미·북 외교수장이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미·북 정상회담도 택일만 남은 분위기다.

관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이끌어내느냐다. 지난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선언 수준의 포괄적·추상적 합의를 내놔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도 핵 리스트 신고 등 알맹이가 빠져 큰 틀에서 선언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향후 미·북 협상에서 또 한 번의 이벤트일 뿐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실질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끌어내야 한다. 물론 협상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선(先)종전선언’과 미국의 ‘핵 리스트 신고 우선’이 여전히 부딪치고 있다. 북한이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만 하더라도 종전선언을 뜻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라는 전제가 붙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북 핵협상 테이블이 다시 차려지기 전에 한·미가 틈을 보인다면 협상 자체가 꼬이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만 늘어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미국에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과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을 두고 남북한 관계 과속론이 제기돼온 터다. 평양 정상회담에서도 적지 않은 남북한 경협 조치들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 오는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핵 문제를 협의할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남북한 관계가 비핵화에 앞설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등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두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타협 불가능한 원칙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북한의 입장을 전하는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미국과 한 팀이 돼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한·미 동맹 강화가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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