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지난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감독원 주최로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윤석헌 금감원장은 “불완전 판매 및 보험금 지급 민원이 지속되면서 보험산업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보험업계의 각종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통상 CEO들과의 상견례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열리는 것과 달리 이날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윤 원장의 의지에 따라 금감원은 20일 보험산업 감독혁신 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윤 원장은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암 보험금 분쟁 사례를 들며 “불명확한 약관과 불투명한 보험금 지급 등으로 보험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아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원장은 민원과 분쟁 건수 등에 비춰 보험업이 다른 업권에 비해 국민의 신뢰가 낮다고 보고 있다. 전체 금융권 중 보험사 민원 비율은 60%대로, 가장 많은 건 사실이다. 다만 보험금 지급 약관 해석을 놓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단순 상담, 질의 등도 포함해 민원 건수가 과다 산정됐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민간 보험사에 약관을 확대 해석해 보험금을 적극 지급하라고 주문하는 것 역시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보험사를 겨냥한 윤 원장의 잇단 발언들이 당초 취지와 달리 보험업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그가 밝힌 ‘금융사와의 전쟁 1호’ 상대는 보험사였다는 시각도 나온다. 보험사들이 이익에 눈이 멀어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고 낙인찍은 것과 다름없다.

업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금감원의 당연한 책무다. 일부 보험사가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던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특정 산업에 대한 금감원의 일방적인 매도로 산업 전반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이번 TF가 보험업 신뢰 회복을 위한 건설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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