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평양 공동선언
방북 기업인들 행보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등 北 현장 방문

北 산림녹화 상징 122호 양묘장
녹화사업은 제재 예외 고려한 듯
"한국기업 끌어들이려는 포석"
기업인들 소극적으로 답한 듯

평양 소학교·교원대학도 둘러봐

< ‘디카 회장님’ 최태원 “내가 찍어줄게” > 대동강이 내려다보이는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에 앞서 최태원 SK 회장(왼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 회장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방북 경제인들은 19일 묘목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양묘장을 방문했다. 북한이 한국 경제인들의 첫 현장방문 장소로 양묘장을 택한 것은 향후 산림녹화사업에 한국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림녹화사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한국 기업인을 양묘장 데려간 北

경제인들은 이날 오후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에 있는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둘러보고 산림녹화사업 진행 상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북측 관계자들은 산림녹화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 사업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석자에게는 산림녹화사업 투자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양묘장은 식물의 씨앗 및 모종, 묘목 등을 심어서 기르는 곳이다. 전국이 산림으로 우거진 한국에서는 양묘의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북한은 사정이 다르다.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내 산림 총면적의 32%가 황폐화된 상태다. 이에 따른 피해도 막대하다. 산림 황폐화가 홍수와 가뭄 등으로 인한 피해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도 산림녹화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인 2012년 4월 “나무를 많이 심고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10년 안에 벌거숭이산을 모두 수림화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업인이 방문한 122호 양묘장을 세 차례 이상 찾았다. 이곳은 북한 산림복구사업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122호 양묘장은 연 2000여만 그루의 나무를 생산할 수 있다. 북한에서 가장 과학화된 종묘 기술을 갖춘 곳으로 손꼽힌다.
◆평양 교육기관도 방문

한국 기업인들은 북측의 제안에 다소 소극적으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북 대기업 대부분은 북한의 산림녹화사업과 직접 연관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데다 유엔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산림녹화사업이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미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남북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기업 총수는 참모들에게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도 조심하라’는 조언을 듣고 간 만큼 최대한 소극적으로 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제인들은 양묘장 방문 이후 평양 시내 소학교와 평양교원대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북한의 교육 수준과 교원양성 체계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평양교원대는 1968년 설립됐고, 북한을 방문한 국빈급 인사들이 자주 찾는 장소기도 하다. 김정은도 지난 1월 이곳을 찾았다.

방북 기업인 명단을 누가 결정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19일에도 이어졌다. 청와대는 “방북단 명단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주장했지만 황호영 북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이 전날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하면서 “우리가 (남측과 협의 과정에서) 꼭 오시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해 논란이 재개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북한의 초청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측근 참모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양공동취재단/도병욱/서민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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