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들 18일 '北 경제 사령탑' 이용남 내각부총리와 대화

JY, 삼성경제硏 소장 불러 스터디
총수 중 유일하게 사전교육 참석
구광모, LG경제硏 전문가와 공부
최정우 "북한 제대로 보고 올 것"

국제사회 대북제재 계속돼
투자보단 현황파악에 중점 둘 듯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평양 백화원초대소 영빈관 앞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용하기 위해 남측에서 가져온 대통령 전용 벤츠 방탄차량이 놓여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주말을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장을 비롯한 연구소 박사들과 함께 보냈다. 18일 방북을 앞두고 ‘북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부회장은 17일에도 방북길에 오르는 주요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찾아 방북교육을 받는 등 수일째 ‘북한 스터디’에 올인하고 있다.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재계 총수들이 ‘북한 열공(열심히 공부)’ 모드에 들어갔다. 18일 북한의 경제 사령탑인 이용남 내각부총리와 만나는 이들은 북한의 경제·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각 그룹이 참여할 만한 경제협력 사업이 있는지 파악 중이다. 다만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해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기 힘들다는 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북한 열공’하는 총수들

17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로 출근해 북한의 정세 및 경제상황 등을 공부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부원장 등 연구원 인력들이 북한의 경제·산업 현황 및 고(故) 구본무 회장 방북 당시(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현황을 자료로 만들어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6월 LG그룹 총수에 오른 구 회장의 첫 대외 무대 데뷔인 만큼 다른 총수들보다 꼼꼼하게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처음 평양땅을 밟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북한을 파고들기 위해 최근 대북 경협 관련 전문가들과 수차례 자문단 회의를 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은 이번 방북단 가운데 북한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라며 “평소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으로 대북 현안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며 꾸준히 북한을 공부해왔다”고 말했다.

과거 방북 경험이 있는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현 회장은 그동안 평양만 여덟 차례 방문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까지 합친 방북 경험은 수십 차례에 달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17일에도 사무실로 출근해 방북 관련 보고를 받는 등 평소와 똑같이 업무를 보며 차분하게 방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을 방문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이번 방북의 의미를 북한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데 두고 있다”며 “방북 자체에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선물보따리는 없다”

방북단에 포함된 기업인들이 만나는 이용남 부총리는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2015년 러시아와 경제 협력 및 합작투자 프로젝트를 협의하는 등 대외 경제협력 문제도 담당했었다. 이번 만남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정치권 일각에서 예상하는 이유다.

그러나 방북 기업인들은 “이번 방북은 북한의 경제·산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에 ‘투자 선물’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유엔이 대북제재를 풀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북한의 투자 요청에 ‘적극 검토하겠다’는 식의 외교적 수사로 대응할 경우 자칫 국제사회에서 오해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투자 관련 요청이 오면 ‘고민해보겠다’는 정도로 완곡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그룹은 북한 투자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포스코는 남북 경협이 정체 상태에 빠진 철강산업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포스코대우와 포스코건설, 포스코켐텍 등 주요 계열사와 함께 ‘대북사업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시켰다.

현대그룹도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 TF팀’을 구성했다. 현대그룹은 △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남북경협 독점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오상헌/김보형/장창민/고재연/박재원 기자 ohyea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