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로 변신한 베이비부머, 집값 좌지우지"
"매물 씨 마른다"…"재개발 추격 매수 신중해야"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4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제1회 한경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하반기 집값 급등을 정확히 예측한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했다. 집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거나 두루뭉실하게 시장을 전망하는 전문가는 철저히 배제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사전 등록한 참석자 1000여 명이 행사장을 꽉 채웠다.이들은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매물 씨 마른다”

김학렬 더리서치연구소장,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등은 시장을 전망했다. 이들은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의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다주택자들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8년 장기임대주택으로 대거 등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원칙상 정해진 임대기간에는 집을 팔 수 없다.

이들은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장기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한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종부세 부담이 예상보다 많이 커지지만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상황에서 매도보다는 증여 등으로 세금 부담을 분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도 “9·13 대책은 한마디로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집을 팔 때의 세금 부담보다 보유하는 비용이 덜하기 때문에 버티기에 들어가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집값 향배가 아파트 수급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집값이 오른 것은 새 집 선호, 소득 증가, 매물 감소, 멸실 증가로 인한 것”이라며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학렬 더리서치연구소장(필명 빠숑·오른쪽)은 “정책 규제로는 수요를 잡을 수 없다”며 “관건은 좋은 입지에 집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출 규제와 세금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김 소장은 “대출에 의존해 집을 사는 사람 비중은 실제로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서울 아파트 주요 구매자인 전국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최근 1년 사이에만 10% 넘게 올랐다”며 “대기업 실적도 좋은 편이라 주택 구매력이 있는 이들의 소득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거품론’에 대해서도 반론이 주를 이뤘다.

김 소장은 “호가를 불렀을 때 그 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거품이 아니라 시장가격”이라며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매수자가 가격을 받아주지 않으면서 시장이 자연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서울 주택 가격은 2012년부터 가구 소득 대비 8배 정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은 거품이 아니다”고 했다.

이들은 주택시장에서 실수요가 높다고 분석했다. 투기적 수요가 아니라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 집 선호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 주택 수요가 늘어난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금 주택시장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주택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살기에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주택 주요 수요층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구식 주택과 아파트가 주택 총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부산에선 일부 지역이 가격 조정을 거치는 중인데도 도심 재개발·재건축 분양 단지가 나오면 청약 경쟁률이 5~10 대 1을 쉽게 넘긴다”며 “외지 투자수요가 들어오지 않아도 실수요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집값을 잡으려면 확실히 공급을 언제까지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일자리와 광역교통망 등을 확보해 수요를 분산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주택 공급 통계는 다가구·다세대주택 등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아파트에서 살던 사람들의 교체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일자리 접근성이 좋지 않은 수도권 외곽에 대단지를 짓는 등 왜곡된 공급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책으로 집값이 오히려 더 뛸 우려가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김 소장은 “서울 여의도·용산 개발 등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이 밀리면서 핵심 지역에 공급이 상당히 적다”며 “지금 개발을 결정해도 입주까지 10여 년 걸리는데 계획은 줄이고 거래에 따르는 세금을 늘리니 새 단지와 매물 공급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택지개발지구가 없는 서울에서 공급이 줄면 기존에 인기가 높지 않은 곳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로 변신한 ‘베이비 부머’, 집값 좌지우지”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집값은 베이비 부머의 움직임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부동산시장 열기를 식히는 소나기 역할은 할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베이비부머의 수요를 약화시키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는 “임대업자로 변신한 베이비부머가 2016년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다”며 “정부는 증세와 대출규제를 통한 포위망 구축으로 집값을 잡고자 했지만 베이비부머는 충분한 자금조달 능력과 퇴직금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팀장은 2015년 이후 5060세대가 주택시장의 주요 매수자로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2006년 46%였던 월세 비중이 10년 만에 61%로 뛰면서 임대업을 하기 좋은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홍 팀장은 “현금 5억원을 예금해도 1년 이자가 750만원에 지나지 않자 부동산 임대업으로 노후준비를 하는 5060세대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5060세대는 거주 외 부동산 자산 비중이 33.4%로, 3040세대의 21.7%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여기에 서울의 주택부족 현상이 집값을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강남3구 아파트의 46%가 30년 이상 경과된 ‘낡은 아파트’”라며 “중산층이 살 만한 집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 강남의 멸실 주택 수가 1만2000가구를 넘어서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재개발 추격 매수 신중해야”

국내 최대 부동산 카페인 부동산스터디 운영자 강영훈 대표(필명 붇옹산)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지만 신규 투자 진입은 신중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그간 시장이 단기간 급등한 데다 연이은 정부 대책으로 사업지별 거래 불확실성 등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이제 서울에서 신규 공급을 할 수 있는 정비사업지가 많지 않다”며 “서울 부동산시장은 장기적으로 신규 아파트 수급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새 집 공급 주요 통로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리한 진입은 금물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강 대표는 “최근 재개발 투자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웃돈이 높아져 초기투자 금액이 상당히 들어간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급등세에 새 아파트 한 채를 사기엔 돈이 모자라지만 추가 투자를 하고 싶은 이들이 재개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재개발 물건 시세가 ‘상투’쯤은 아니라도 일단 허리춤 아래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황에 따라 새로 지정하는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도 재개발·재건축 투자에 큰 영향을 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8·27 부동산 대책’ 이후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된 경기 광명, 하남 등을 그런 예로 꼽았다. 잔금을 내기 전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된 경우엔 지정일 전 계약과 계약금 지급내역 확인, 지정일로부터 60일 내 거래 신고 등 요건을 만족할 때에만 조합원 지위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현금청산해야 하고 5년 내 정비구역 재당첨 제한 적용도 받는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허란/이정선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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