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가주택 보유세 대폭 인상, 신규 대출 제한 등을 골자로 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이후 매물이 사라지고, 매수 희망자들도 관망상태에 들어갔다. ‘거래 절벽’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이번 대책이 단기간 수요 억제효과는 있겠지만 근본 대책이 못된다는 분석이 주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향후 1년간 집값 상승을 전망한 응답자가 50%에 달한 반면 하락 예상은 19%에 그쳤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시각차가 큰 탓이다. 정부는 “투기수요 차단, 실수요자 보호, 주택공급 확대가 목표”라고 강조했지만, 공급 확대안은 서울시 등과의 이견으로 확정짓지 못한 터다. 오히려 여당 일각과 정의당, 좌파 시민단체들은 “공급 확대는 새로운 투기판을 깔아주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부동산 문제도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9·13 대책이 과연 치밀한 진단과 효과적 처방을 담은 것인지 냉철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오는 21일로 예고한 공급확대 계획에 실효성 있는 해법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급격한 집값 상승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주택의 부족’에 기인한다. ‘한경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지난 14일)에 나온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요즘 집값은 새 집, 좋은 집을 선호하는 실수요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득이 높아진 중산층 가구라면 알파룸(원하는 대로 만드는 공간), 팬트리(식품저장실) 등에다 단지 내 편의시설까지 두루 갖춘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실상을 외면해선 공허한 대책만 남발하게 될 것이다.

불필요한 가수요와 투기를 억제하려면 중과세, 대출 봉쇄가 아니라 신규 주택 공급 규모·일정 등을 예측 가능하게 공개하는 시장친화적 조치가 중요하다. 수요 쏠림을 막는 방법 역시 외곽지역의 교통환경 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의 공급을 꽁꽁 묶고,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대단지를 지은 뒤 “이만큼 공급을 늘렸노라”는 식으로 본질을 왜곡하는 정책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시장의 합리적 기대가 작동해야 ‘비이성적 과열’도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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