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韓·美 FTA 협상 주역 웬디 커틀러 前 미국무역대표부 부대표

"한국은 이미 미국車 무관세 수입… 美도 한국車 관세 면제는 당연"

韓·美 FTA는 명백한 윈윈협정
끔찍하다는 트럼프의 비판은 잘못

보호무역은 친구를 적으로 만들어
무역 피해자는 별도로 구제해야

中 불공정관행에 美 불만 팽배
트럼프 터프한 정책 폭넓은 지지

美·中 모두 항복할 생각 없어
통상전쟁 결국 장기전으로 갈 것

미국 최고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65·사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 “한국은 자동차 관세가 면제돼야 할 첫 번째 나라”라고 말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동맹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데다 지난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통해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우려가 대부분 해소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 FTA 탄생의 주역으로 2006~2007년 첫 협상 때 미국 측 수석대표였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대해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에선 이번 기회에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위협에는 “탈퇴한다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미국 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특파원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65·사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비판적이었다.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선 경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터프한(거친) 대중(對中) 정책이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정책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30년 가까이 통상 문제를 다뤄온 커틀러 전 부대표를 워싱턴DC 사무실에서 만났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계속하는 이유는 뭡니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흥미로운 건 트럼프 행정부의 ‘터프한(거친)’ 대중 정책이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과거 미·중 무역의 ‘챔피언들(수혜자들)’조차 그런 우려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겁니다.”

▶결국 중국이 항복할까요.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항복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엔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앉겠지만 협상하려면 두 나라 모두 어느 정도 유연해져야 합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같은) 독자적인 산업정책을 펼 수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하고, 중국은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기술이전 강요를 중단하고 지식재산권 보호가 불충분하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부과하겠다고 한) 관세를 실제로 부과했습니다. 2000억달러 관세도 부과한다고 봐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엔 ‘미국 시장은 개방돼 있는데 중국은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고 그 결과 미국 기업과 노동자, 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퍼져 있습니다.”

▶관세 부과에 찬성합니까.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세 부과는 바람직한 해법이 아닙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가 큰 데다 다른 나라도 (미국처럼) WTO 규정을 무력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최선의 해법은 (중국의 무역 관행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한목소리로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애플이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며 2000억달러 관세 부과에 반대했습니다.

“관세 부과는 상대방뿐 아니라 관세를 부과한 나라에도 피해를 줍니다. 2000억달러 관세 부과 대상엔 카메라, 가구, 자전거 같은 소비자 제품이 망라돼 있습니다.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기업과 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타격을 받을 겁니다.”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협정 탓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역적자를 그 증거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무역적자는 환율과 경기상황 등 다른 변수에 영향을 받습니다. (국가 간) 무역 관계를 무역적자로 판단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끔찍한 딜”이라고 비난했지만 지난 3월 개정된 한·미 FTA에 대해선 “멋진 협상”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준 협정(한·미 FTA)을 너무 성급히 비판한 겁니다. 이번에 개정된 한·미 FTA도 (원래 협정과 마찬가지로) 양국의 이익균형이 이뤄졌다고 봅니다. 한국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과 무역구제, 섬유 부문에서 이익을 얻었고, 미국은 자동차, 제약, 관세 부문에서 실익을 챙겼습니다. ‘끔찍한 협상이 멋진 협상이 됐다’는 평가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

▶한국 국회에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면제되지 않으면 한·미 FTA 개정안을 비준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류가 있습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최대 25% 관세를 물릴 수 있는 규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이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에서 가장 먼저 빠져야 할 나라입니다. 한국은 한·미 FTA를 통해 (2016년부터) 미국산 자동차가 무관세가 됐고, (올 3월) 한·미 FTA 개정협상을 통해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며 자동차부문에 남아 있던 미국의 우려를 해소시켰습니다. 미국의 동맹으로 안보 위협도 되지 않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나라와) 양자 협정을 하려고 하는데, 많은 나라가 한국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 같은 나라에 자동차 관세가 부과된다면 어느 나라도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과 멕시코가 합의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안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미국-멕시코 협상에서 미국의 최초 제안은 ‘자동차 부품의 50% 이상이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개정안은 멕시코로선 그나마 수용할 만했다고 봅니다. (개정안은 멕시코 자동차 업종 종사자의 40% 이상에게 시간당 최소 16달러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미국 자동차 공장이 값싼 인건비를 보고 멕시코로 이전하는 걸 막으려는 조치다.) 이번 협상의 문제는 NAFTA 국가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더 비싸게 만들고, 그 결과 미국 소비자는 더 비싼 돈을 내야 하고, NAFTA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한마디로 실수입니다. 미국이 탈퇴한 뒤에도 다른 나라들이 합의해 TPP가 곧 발효된다는 건 그만큼 TPP가 시의적절한 무역협정이란 걸 의미합니다. 한국도 TPP 가입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WTO 탈퇴’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한다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겁니다. 미국은 WTO처럼 룰(규정) 기반 무역체제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WTO가 1990년대 초 출범한 만큼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탈퇴가 아니라 건설적으로 개선하는 게 필요합니다.”

▶과거 자유무역의 옹호자였던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는 걸 어떻게 봅니까.

“무역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인데, 이 문제는 무역협정보다 국내 정책으로 풀어야 합니다. 피해 계층을 구제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과 사회안전망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보호무역은 동맹국도 적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습니다.”

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웬디 커틀러 부대표(왼쪽)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한경DB

■ 웬디 커틀러는
지한파 美 통상전문가… 김종훈과 '기싸움' 유명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통상 분야 최고 베테랑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88년부터 28년간 USTR에서 통상 문제를 다뤘다. 한국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탄생의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때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김종훈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와 치열한 ‘기싸움’ 끝에 협상을 타결시켰다. 협상 당시 커틀러 수석대표가 “(우리는) 전생에 어떤 일을 했기에 이처럼 힘든 걸 해야 하는가”라고 말하자 김 수석대표가 “(로마) 검투사였다”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 공무원들은 당시 한국 상황과 통상 전례를 꿰뚫고 있는 커틀러 대표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이후 국내에선 “한국의 웬디 커틀러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는 한국과의 FTA 외에도 중국, 일본과의 양자무역 협정에서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다자무역협정까지 무역협상의 거의 모든 것을 다뤘다. 2015년 말 민간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 겸 워싱턴 사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 약력

△1953년 출생
△조지워싱턴대 졸업
△조지타운대 통상서비스 석사
△미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근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무역대표
△한·미 FTA 미국 측 수석대표(2006~2007년)
△USTR 부대표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2015년~현재)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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