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봉 경제부 차장

기준금리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다”는 말을 꺼내면서 ‘정부가 공개적으로 한국은행에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다. 여권 내부에서도 “최근 집값 폭등은 한은이 지나치게 오랜 기간 저금리를 유지한 게 원인”이라며 ‘한은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은으로서는 여러모로 부담이 커졌다. ‘우물쭈물하다가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여당까지 빨리 금리를 올리라고 종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불확실한 대외 변수와 최근 경기 침체, 물가 둔화 등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자칫 침체된 지방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빚이 많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사이의 이견이 상당히 커진 점도 최근 한은의 복잡한 심경을 반영한다. 이일형 위원은 금통위에서 지난 7, 8월 두 달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반면 신인석 위원은 “지금 우리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금리 인상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다음달 18일까지는 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주와 추석 연휴가 맞물린 다음주에는 기준 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이벤트들이 있다. 우선 18일에 금통위의 8월 의사록이 공개된다. 앞서 지난달 공개된 7월 의사록에서는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6명 위원이 금리 인상 1명, 인상 필요 시사 2명, 중립 1명, 신중론 2명으로 갈렸다. 지난달 회의에선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일에는 최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는 9월 금융안정회의가 열린다.

추석 연휴 기간인 27일에 있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대외 여건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주가와 달러 환율이 널뛰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단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연 2~2.25%가 돼 한국(연 1.50%)과의 금리 차는 0.75%포인트로 확대된다. 파장은 의외로 클 수 있다.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외화표시 채무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자칫 연쇄 부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침 10년 전인 2008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금융위기 시작을 알린 ‘리먼 사태’도 한국 시간으로 추석 연휴였던 9월15일에 터졌다. 연휴가 끝난 직후 개장한 국내 주식,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17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추석을 앞두고 금융분야 민생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연휴 기간에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등 금융거래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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