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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굴시장·문호리 리버마켓·마켓움…유통의 새로운 場으로 뜨다

누구나 사고파는 장터
홍대 앞 '희망시장'이 원조
이색 생활용품에 친환경 농산물 등 판매
SNS 입소문 타고 전국으로 확산
마켓서 인기 끈 제품들 독립 브랜드로 성장도

전국 방방곡곡에선 매일 ‘마켓’이 열리고 있다. 누구나 찾아와 정성껏 만든 물건과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곳.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마켓 중 하나인 ‘문호리 리버마켓’은 수도권·강원 일대에 매주 장터를 연다.

무더위가 지나고 청량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다. 주말마다 집 안에만 머무르긴 아까운 계절. 적당히 나들이 기분을 내면서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소소하게 먹거리도 맛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이렇게 묻자 사람들이 말한다. “마켓에 가라”고.

주말 나들이 코스로 ‘마켓’이 뜨고 있다. 전통시장과 달리 누구나 참여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소규모 이동식 장터다. 주말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열리는 게 특징. 주로 상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핸드메이드 공예작가와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수도권과 강원 등지에서 열리는 리버마켓을 비롯해 서울·경기의 띵굴시장, 부산 마켓움, 제주 하루하나 프리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마켓은 1주일에 한 번 주말마다 지역민이 모여 장터를 연다. 쓰다가 필요없게 된 물건을 가져와 파는 ‘플리마켓(벼룩시장)’과 다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마켓 주최 측에 참가 신청을 하고 그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새 상품을 선보인다. 손으로 만든 공예품부터 귀농인의 농산물까지 다양하다. 물건을 파는 이조차 건너편 가게로 건너가 상품을 산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명확한 구분이 없다. 이야기는 왁자지껄하다. 그래서 사람 냄새가 물씬하다.

도심 속 마켓의 탄생… 홍대부터 부산까지

국내 마켓의 시작은 약 16년 전 홍익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5월 홍대 앞에 문을 연 ‘희망시장’이 시초다. 홍대는 당시에도 젊은이들의 정서적 터전으로 불렸던 만큼 자유로운 패션과 놀거리가 넘치는 곳이었다. 음악 미술 사진 연극 영화 등 각양각색 예술 분야가 상업 공간에서 뿌리를 내린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던 청년 창작가와 기획자가 모여 정기적인 문화예술 시장을 기획해 국내 최초의 수공예 시장을 연 게 희망시장이다. 지금은 각종 직물부터 수제도장, 도자기, 금속·가죽공예품 등을 판다. 매년 3~12월 매주 일요일 오후 1~6시에 운영한다. 계절에 따라 다르긴 하나 매회 참여하는 작가 수가 적게는 20팀, 많게는 60팀에 이른다.

이렇게 탄생한 마켓은 전국 곳곳으로 퍼졌다. 수도권과 광역시는 물론 강원, 제주에도 수백 개에 달하는 마켓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문호리 리버마켓’. 2014년 4월 경기 양평군 문호리 일대에서 처음 열었다. 이후 주말마다 강원, 경기 일대를 돌아다니며 리버마켓을 열고 있다. 자세한 일정은 페이스북과 온라인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 또는 일반인이 만든 생활용품과 수공예품, 수제먹거리를 판매한다. 체험 활동도 가득해 볕 좋은 날 나들이 기분을 내기에도 좋다. 전국에서 사람이 몰리면서 16명 멤버로 시작한 이곳은 4년 만에 300개의 가게가 들어서는 장터로 커졌다.

입소문 난 마켓들… 어디까지 가봤니
띵굴시장은 전국을 가장 활발하게 누비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켓이다. 2015년 탄생한 띵굴시장은 파워 블로거 ‘띵굴마님’ 이혜선 씨가 꾸린 라이프스타일 장터다. 생활용품과 유아동 패션 아이템부터 먹거리까지 두루두루 판매한다. 전국을 돌면서 지역 브랜드를 육성하고, 수익의 일부는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해 ‘착한 마켓’으로도 알려졌다. 처음엔 25개에 불과했던 판매처 수도 3년 만에 200개로 늘어났다. 이달 초에는 부산에서 18번째 마켓을 열었다. 강원도 일대의 나무를 작가가 다듬어 만드는 ‘은곡도마’, 주부가 개발한 친환경 주물냄비 ‘마미스팟’ 등은 독립 브랜드로 우뚝 선 셀러들이다.

마켓움도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장하고 있는 마켓이다. 마켓움에서 ‘움’은 즐거‘움’, 새로운 싹 ‘움’이란 뜻.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놀러오는 곳’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손지민 씨가 2015년 부산 기장 해변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캠핑 텐트 9개를 매대 삼아 지인들이 한 요리와 직접 키운 과일, 소장하고 있던 빈티지 물품을 선보였을 뿐인데 ‘흥겹다’고 소문이 나면서 규모가 커졌다. 판소리를 전공한 손씨는 한국 공예품과 전통장 등 우리 것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술품·과자·인형… 전문화된 마켓도 인기

특정 아이템만 모아놓은 마켓도 있다. 예술품을 파는 ‘세종예술시장 소소’가 대표적이다. 2012년 세종문화회관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공연과 전시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아트 마켓이다. 이곳에선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직접 독립출판물이나 드로잉, 일러스트, 디자인 소품, 사진 등 작품을 갖고 나와 전시하고 판매한다. 싱어송라이터의 공연과 미술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세종예술시장 소소는 매달 첫째·셋째 토요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

과자 덕후들을 위한 ‘과자전’도 있다. 과자전은 과자부터 빵 사탕 아이스크림 등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천국’이라 불리는 과자 전문 마켓이다. 100여 개의 팀이 직접 만든 과자를 소개한다. 전문 베이커가 구워낸 세련된 맛부터 아마추어들의 개성있는 메뉴까지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디저트 덕후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 마켓은 고유의 마스코트까지 제작하고 굿즈(상품)를 팔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마니아층을 겨냥한 마켓도 있다. 돌프리마켓은 인형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구체관절인형 미니어처 등 하나에 수십~수만원에 이르는 인형부터 인형용 의상·침구·메이크업 도구 등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수도권과 부산에서 매년 3~4회 열리며, 작가들이 손으로 일일이 제작한 인형 관련 공예품을 볼 수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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