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경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는 한성의 치안 업무를 맡는 조선경무청이 등장한다. 조선경무청을 총괄하는 경무사(현 경찰청장)는 같은 조선인이면서도 의병들을 잡아다 고문하고 거짓 자백을 강요한다. 황제가 아니라 친일파 외무대신 이완익(김의성 분)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실제 조선 경무청은 어땠을까.

한국 최초의 근대 경찰제도인 경무청은 1894년 김옥균 박영효 유길준 등 친일 개화파 인사가 주도한 갑오개혁으로 탄생했다. 이들 개화파는 당시 부정부패의 온상이던 포도청을 혁파하고 민생 치안이 향상되면 일본이 ‘아시아의 영국’이 됐듯 조선도 ‘아시아의 프랑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초대 경무사로는 주일공사 통역관 출신이자 개화파의 일원이었던 안경수가 임명됐다.
경무사가 드라마에서처럼 일제 앞잡이 노릇을 했을까. 김창윤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초대 경무사인 안경수는 개화파로 친일 성향이 강했지만 1895년 삼국간섭 이후에는 근왕파로 변신했으며 2년 뒤인 1897년 독립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반면 ‘고종실록’에 따르면 안경수의 후임인 김재풍 경무사는 황제양위 음모를 꾸몄다가 발각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정치적 외풍에 끊임없이 시달렸으며 왕권을 지키려는 고종과 자주독립국을 세우려는 개화파 사이에서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경무청이 1907년 경시청으로 바뀌기 전까지 약 13년간 경무사를 거쳐간 인물만 33명에 달한다.

친일 관료가 세운 조선 경무청이지만 프랑스 경찰 제도를 본뜬 일본식 경찰과는 달랐다. 경무청 설립을 주도한 유길준은 민중 감시에 초점을 맞춘 프랑스 경찰이 아니라 위생 점검, 산림 보호, 상행위 질서 확립 등 민생 치안에 중점을 둔 영국 경찰을 주로 참고했다. 김 교수는 “일본 근대경찰의 아버지인 가와지 도시오시는 ‘신민은 어리석어 은혜를 모르기 때문에 절대 자비를 베풀어선 안 된다’는 신념으로 조직을 세운 반면 유길준은 경무청을 조선 근대화를 이끌 첨병으로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이수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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