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총리는 그제 국회에서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이 여파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틀간 약 0.05%포인트 올랐다. 총리 발언이 채권시장까지 흔든 셈이다.

부동산 대책을 총동원 중인 정부로선 한은의 ‘지원사격’이 아쉬울 만하다. 금리를 올리면 과잉 유동성을 줄여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여당 의원과 청와대 참모들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기대심리를 이 총리가 새삼 대변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문제로 경제운용이 꼬이고, 지지율도 떨어졌으니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행정부를 이끄는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한은의 금리 결정에 훈수를 둔 것은 적절치 못했다. 이런 식이면 한은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여기엔 한은 책임도 없지 않다. 국내외 상황을 좌고우면하다 금리인상을 실기(失機)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렇다 해도 금리 인상은 동심원처럼 전방위로 경제에 파장을 미치기에, 신중하고 독립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한은법에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명시한 것도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통화가치와 물가 안정을 도모하라는 취지다. 이 총리 발언에 대해 한은이 즉각 “통화정책을 부동산 가격 안정만 겨냥해 펼 수는 없다”고 반박한 이유다.

‘부동산 트라우마’를 지닌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감추지 않았다. 뛰는 집값을 잡을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거래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에게 불만을 표했듯이, 정부와 중앙은행 간 긴장관계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한은 금리정책을 동원 가능한 정책수단쯤으로 여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전 정권의 경제부총리가 “척하면 척”이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례를 답습할 순 없다. 불과 6개월 전 이주열 한은 총재를 44년 만에 연임시키며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여준 정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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