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자 맑은샘자연교육농원 대표

귀농 후 정성 들여 기른 채소
정작 아이들은 먹기 싫어해 고민

감자·무·우엉·호박 등 9가지 채소
잘게 썰어 말린 '채소 잡곡' 출시

처음엔 재고 쌓여 5억 빚더미 올라
식품박람회 발로 뛰다 홈쇼핑 진출
인근 농가 계약 재배로 '상생효과'

“귀농한 후 채소를 키웠어요. 잘 자란 채소를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고 가족들에게도 보냈죠. 그런데 서울 사는 딸 자취방에 가보면 항상 채소가 썩어 있더라고요. ‘먹기가 불편하다’는 거예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채소는 부모와 자녀들이 식탁에서 갈등을 빚게 하는 음식 중 하나다. 채소를 먹이려는 부모와 안 먹으려는 아이들이 대립한다. 청년이 돼서도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조금자 맑은샘자연교육농원 대표(사진)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조 대표의 선택은 ‘먹기 편하고 거부감 없는 채소 만들기’였다. 채소를 말려 밥 지을 때 잡곡처럼 넣어 먹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올 상반기에만 2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조 대표의 ‘채소잡곡’은 그렇게 탄생했다. 전북 정읍시에 있는 채소 건조장을 찾았다. 평범했던 가정주부가 연매출 40억원을 바라보는 유망한 농식품회사 대표가 된 여정이 궁금했다. 채소잡곡은 감자·강황·고구마·당근·무·비트·우엉·표고버섯·호박 등 아홉 가지 채소를 잘게 썰어 말린 건조 채소다. 제품명은 밥을 지을 때 잡곡처럼 넣어 먹는다는 의미로 지었다.

채소 말리는 게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채소마다 물성이 달라 건조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채소별로 다양한 건조법을 연구했다. 예컨대 무는 1t을 말리면 40㎏으로 쪼그라든다. 수분이 많아 건조할 때 습도 조절이 중요하다. 호박은 그냥 말리면 진액이 나온다. 채소 특유의 풋내를 잡는 것도 중요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우엉이다. 우엉에서 나는 한약 냄새를 잡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건조에 자신을 얻은 조 대표는 제품군 확장에 나섰다. 채소를 채썰어 말린 채소볼을 개발했다. 잡채와 같은 반찬을 할 때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조금자 대표가 개발한 ‘채소잡곡’

조 대표의 채소잡곡은 2013년 전북 농가공 식품 아이디어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채소볼은 2017년 농식품창업콘테스트 ‘나는 농부다 시즌 3’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공영홈쇼핑과 NS홈쇼핑 등 농산물 특화 홈쇼핑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다.

채소잡곡이 성공하기까지 조 대표는 세 차례의 큰 위기를 겪었다. 첫 위기는 귀농 초기에 있었다. 그는 2006년 귀농했다. 전주에서 생물 교사로 재직 중인 남편이 정년을 맞기 10년 전 먼저 내려왔다. “남편이 나비 연구로 석사 논문까지 썼어요. 정읍에 내려와 내장산 나비를 체험하는 곤충교육농장을 만드는 게 꿈이었죠.”

구입한 5000여 평의 농장 규모가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첫 위기였다. “넓은 농장이 점차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어떻게 농장을 운영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다시 도시로 가고 싶더라고요.”
2010년 무렵 조 대표는 그제서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기관을 찾아다녔다. 교육은 2년간 이어졌다. 2012년 맑은샘자연교육농장은 농촌교육농장으로 지정을 받았다. 오디 수확체험 등 관련 서비스도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위기가 아닌 기회가 찾아와서다. 조 대표는 “교육농장을 해보려고 할 참에 채소잡곡이 개발되면서 교육농장은 잠시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위기는 기회와 함께 찾아왔다. 채소잡곡으로 농가공 식품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직후였다. 상금 1억원을 종잣돈으로 공장을 지었는데 예상한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금방 잘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공장 규모도 키웠는데 안 팔리더라고요.” 재고가 3억원어치나 쌓였다. 2014년 빚이 5억원까지 늘었다. 온갖 식품 박람회를 쫓아다녔다. 전국 단위의 유통채널에 제품을 내지 않고서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2015년 8월 공영홈쇼핑 바이어를 만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신생 공영홈쇼핑은 단독으로 파는 ‘스타 농산물’을 필요로 했고 조 대표는 전국 단위의 판로가 절실했다. 상황이 묘하게 맞아들어갔다. 2015년 10월26일 오후 2시40분 첫 판매방송을 했다. 조 대표는 날짜와 시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2시40분은 비인기 시간대였지만 채소잡곡은 불티나게 팔렸다. “방송 40분 만에 준비한 800세트를 모두 팔았어요. 연말까지 계속 방송이 잡혔고 3억원어치의 재고를 모두 소진하고 총 4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성공 가도만 남은 것 같았다.그러나 세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유사 제품이 쏟아졌다. “채소 종류를 싼 것으로 바꾸고 가격을 후려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을 하니까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위기 극복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편강이었다. 생강과 설탕을 섞어 가공한 편강은 지난해 히트를 쳤다. 홈쇼핑과 편강 판매 방송을 잡으면서 채소잡곡도 함께 팔자고 제안했죠. 그제서야 판매가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조 대표는 농산물 큰손이다. 그의 제품 재료는 모두 국산이다. 지난해 인근 농가 계약재배로 사들인 농산물만 1200t에 이른다.

정읍=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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