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 드림뜰힐링팜 원장

‘치유농장’이라 불리는 곳들이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남은 사람이 재활을 하거나(네덜란드), 우울증 치료를 위해 직접 농사를 지어보도록 권유(노르웨이)하기도 한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우유를 짜고 치즈를 만드는 곳(일본 사례)도 있다. 한국에도 치유농장이 있긴 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모가 따로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전북 완주군 드림뜰힐링팜의 송미나 대표(사진)는 7년 전 원예치료로 시작해 농업을 활용한 각종 치유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온 인물이다. 드림뜰힐링팜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만 연 1만 명(중복 이용 포함)에 이른다. 한국에선 아직 치유농업 개념 자체가 낯설고 자신도 걸음마 단계라는 송 대표와 치유농업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기 보이는 3연동 비닐하우스 안에서 주로 체험이 이뤄집니다. 하우스 안에는 꽃을 심어놔서 꽃을 활용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우스 밖에는 동물들도 있고, 또 나무로 제작한 생태놀이터가 있어요.”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 원등산 자락에 있는 드림뜰힐링팜에 들어서면 180평 규모의 하우스 체험장이 먼저 눈에 띈다. 하우스 밖에는 산양 5마리, 닭 5마리, 토끼 2쌍, 오리 1쌍을 풀어놔 인근 계곡을 돌아다닌다. 하우스 옆 2000평 농장은 이런저런 작물을 심은 텃밭으로 꾸며졌다. 이 텃밭은 올해 주인이 따로 생겼다. 1주일에 한 번 20여 명의 지역 아이들이 텃밭을 돌보러 온다. 어르신들도 찾는다. 그중엔 요양병원 등에서 단체로 찾는 치매 어르신들도 있다. 어르신 대상으로는 주로 꽃다발 및 화분 만들기 같은 간단한 활동을 한다.

송 대표가 농장 일에 뛰어든 건 2011년 23세 때다. 대학에서 재활학을 전공한 뒤 정읍에서 양돈업을 하는 부모님 농장에서 일을 도왔던 게 시작이었다. 부모님 농장 옆에 있는 밭에서 복분자, 쇠비름, 개똥쑥 같은 작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수확한 작물을 인터넷으로 팔기도 하고 종종 외부로 원예치료 강의도 다녔다. 대학 때 취득한 원예치료사 자격증이 도움이 됐다.

농업과 원예치료를 병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치유농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어르신들이 ‘예쁜 사람이 예쁜 일 한다’고 칭찬해주면 기분이 좋았던 게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요. (웃음)”
독립해 드림뜰힐링팜을 세운 건 그 이후였다. 원예치료 출강을 넘어 장기적으로 치유농업을 실행할 공간을 구상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부모님 소유 땅 일부를 이전받았다. 동물과 식물을 접하고 농작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평일엔 미리 단체 신청을 받고 토요일은 일반인 누구나 와서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을 참가자별 특성에 맞게 준비해요. 한쪽 손이 마비된 장애인이라면 텃밭 활동을 할 때 마비된 쪽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흙 만지는 것도 재활운동이거든요.”

입소문이 나면서 농장을 찾는 사람이 하나둘 늘었다. 프로그램도 그에 맞춰 진행했다. “처음엔 치유농업에 관한 학위 과정, 커리큘럼, 매뉴얼 같은 게 없어 고민이 많았어요. 당장 현장에서 부딪힐 때 정답을 알 수 없어 막막한 적도 많았고요.” 송 대표가 대학원에 진학해 원예치료를 전공한 이유다. 지금이야 관련 자료도 쌓이고 치유농업을 시도하는 농부들도 생기고 있지만 7년 전만 해도 그런 체계가 없었다고 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과정별 치료 일지를 적고 프로그램을 체계화했다.

농촌진흥청과 함께한 학교 치유농업 시범사업에서 참여 학생들의 우울감이 개선됐다는 분석 결과를 얻은 건 송 대표에게 큰 보람이었다. 외국 사례를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공부를 이어갔다. “네덜란드 같은 곳은 치유농업 규모 자체가 달라요. 건강보험까지 적용되기도 하고요.”

완주=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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