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추첨분 기회조차 사라져

북위례·강남 재건축 줄줄이 분양
무주택자는 기회 늘어나 '기대'

통장 가입 2391만명…'해지' 늘어
대출 제한…기존주택 매입도 벅차

정부가 추첨제로 공급하던 중대형 주택형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하면서 청약을 통해 집 넓히기를 하려던 1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공급된 ‘꿈의숲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한경DB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되자 청약을 통해 집을 넓혀가려던 1주택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추첨제로 공급하던 중대형 주택형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해서다. 한 예비 청약자는 “청약통장 가입을 장려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청약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면 어떡하느냐”며 “손바닥 뒤집듯 쉽게 정책을 바꾸면 앞으로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지적했다.

◆추첨제도 무주택자 우선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면적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공급한다. 가점에서 무주택 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1주택자는 당첨이 불가능하다. 전용 85㎡ 초과 주택의 경우 50%는 가점제로, 50%는 추첨제로 공급한다. 1주택자도 중대형에 당첨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전용 85㎡ 이하의 25%, 전용 85㎡ 초과의 70%를 추첨제로 뽑는다. 투기과열지구에 비해 1주택자의 당첨 기회가 더 많다.

그러나 정부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규제지역 추첨 물량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무주택자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다. 투기과열지구뿐 아니라 조정대상지역에서도 1주택자의 당첨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이 제도는 올 하반기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해 시행한다.

정부는 기존에 무주택으로 분류하던 분양권·입주권 소유자도 아파트 청약을 할 땐 유주택자로 보기로 했다. 한번 당첨된 사람은 분양권을 팔더라도 무주택 기간 점수가 깎여 다른 분양 물량 당첨이 불가능해진다. 올 하반기 주택공급규칙을 개정·시행한다. 기존에 보유 중인 분양권 등은 대상이 아니고, 시행일 이후 실거래 신고분부터다.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늘었다며 환영하고 있다. 직장인 한모씨(35)는 “그동안 수십 번 청약을 신청했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청약으로 내 집 마련하는 걸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앞으로 수도권에서 공급할 30만 가구가 어느 지역인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갈아타기 막힌 1주택자 ‘분통’

분양을 통해 집을 넓혀 가거나 지역 갈아타기를 준비하던 1주택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올 하반기 수도권 공공택지와 서울에서 알짜 중대형이 줄줄이 분양될 예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경기권에서는 하반기 청약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북위례 공공택지 내 민간분양과 과천지식정보타운 등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 재건축 단지와 청량리 재개발 단지가 주목받고 있는 분양단지들이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서초우성 재건축),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반포’(삼호가든3차 재건축),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서초구 방배동 ‘방배자이’(방배경남 재건축) 등이다. 동대문구에서는 청량리4구역 재개발 단지인 ‘롯데캐슬 SKY-L65’가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북위례 청약을 기다렸던 주부 김모씨(45)는 “지금 사는 집이 작아 더 큰 평형으로 넓혀가기 위해 북위례 청약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분양가가 저렴한 청약이 아니고는 집을 넓혀갈 방법이 없는데, 갑자기 청약 문을 막아버리면 어떡하느냐”고 속상해했다.

청약통장을 해지하겠다는 1주택자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추첨제하에서 언젠가는 당첨되지 않을까란 기대에 청약통장을 유지해왔지만 이번 조치로 청약 순위에서 밀리면서 굳이 청약통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으로 1주택을 보유한 교체 수요자들이 가장 손해를 많이 보게 됐다”며 “1주택자들은 기존 주택 매입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주택담보대출마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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