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성 추문, 횡령 등 비위를 저지른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천문학적 액수의 퇴직금을 챙겨 회사를 떠나버리는 행태가 수년간 반복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위 간부 개인이 저지르는 문제는 기업 전체의 브랜드 손상은 물론 주가 폭락으로도 이어지지만 이러한 '죗값'은 애먼 주주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논란은 거듭된 성폭력 의혹으로 지난 9일 미국 CBS 방송 CEO 자리에서 물러난 미국 방송계 거물 레슬리 문베스(68)의 퇴직금 문제로 촉발됐다.

문베스가 받기로 했던 퇴직금은 약 1억2천만 달러(약 1천341억원)에 달한다.

문베스 외에도 지난 6월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58) 전 인텔 CEO가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퇴진했으며, 영국 최대 광고회사 WPP의 마틴 소렐(73) 전 CEO는 회사자산 유용과 성희롱 때문에 지난 4월 사임했다.

당시 크르자니크와 소렐이 받은 퇴직금 액수는 각각 4천200만 달러(약 469억원), 2천500만 달러(약 279억원)에 이른다.
미국 의류회사 아메리칸어패럴은 설립자이자 CEO였던 도브 차니(49)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만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러나 차니는 자신을 해임한 회사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되찾으려고 헤지펀드 '스탠더드 제너럴'과 손잡고 2천만달러(약 223억원)를 빌렸다.

이 밖에도 마크 허드(61) 전 휴렛팩커드(HP) CEO, 로저 에일스(1940∼2017) 폭스뉴스 설립자 또한 성 추문에 휘말려 각각 2010년, 2016년 회사를 떠나면서 퇴직금으로 5천300만 달러(약 592억원), 2천500만 달러(약 279억원)를 챙겼다.

사기와 절도죄로 지난 2005년 징역 8년형을 받은 데니스 코즐로우스키(71) 전 타이코 인터내셔널 CEO만 유일하게 배상금으로 1억6천700만 달러(약 1천866억원)를 지불하면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사임한 미국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76) 전 윈리조트 회장 겸 CEO는 퇴직금을 받지 않았으나 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후 윈리조트의 주가는 급락했다.

FT는 미투 운동의 시대에 불명예 퇴진과 억대 퇴직금을 함께 챙겨 달아나는 CEO들의 명단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