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가 기존 굴뚝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가들의 영역에 있었던 만큼,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일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리와 꼬리, 귀 등을 만저나가다보면 온전한 코끼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업계에서는 일본의 세포치료 시술 시장을 연 5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세포치료를 받으려는 수요가 존재하고, 국내에도 그만한 기술력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제 정비가 필요합니다."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이 기업은 임상시험을 통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앞서, 일본에서 먼저 면역세포치료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함과 동시에 실제 적용으로 면역세포 관련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면역세포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가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암 환자"라며 "기존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말기 암환자나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없애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연 5000억원의 세포치료 시술 시장이 만들어진 것은 위험도가 낮은 세포치료의 경우 의약품 허가 전이라도 처방 및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줄기세포나 면역세포 등을 이용한 세포치료(재생의료)를 의사의 자유진료 영역으로 분류했었다. 환자와 의사의 동의가 있으면 허가를 받지 않아도 세포치료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세포치료가 부작용 발생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자 만든 것이 재생의료법이다. 재생의료를 국민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2014년 11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위험도에 따라 재생의료제품의 적용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위험도가 낮은(안전성이 확보된) 세포치료에 대해서만 허가 이전에도 시술이 가능토록 했다. 세포치료 실시 의료기관과 세포의 가공시설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재생의료법으로 일본에서는 더 많은 재생의료제품들이 시장에 조기 출시됐다. 한국의 줄기세포 및 면역세포 기업들도 잇따라 일본에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에서 세포치료를 받으려는 한국과 중국의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재생의료법과 같은 취지의 법안이 지난달 발의됐다. 자유한국당의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다. 앞서 김승희 의원이 발의한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전혜숙 의원의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정춘숙 의원의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등을 종합한 내용이다.

일본처럼 재생의료 실시기관과 세포처리시설을 지정하고, 위험도가 미미한 재생의료의 경우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으면 실시가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지난 11일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심의되지 못했다.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가 보류됐다. 현재 복지위 여야 간사들은 첨단재생의료 관련 법안의 심의에 대해 협의 중이다. 다음 법안소위가 열리는 오는 19일 이전에 심의 여부를 결론 낼 계획이다.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첨단재생의료 관련 법안은 여야간 이견이 많지 않은 사안"이라며 "공청회가 필요하다면 최대한 빨리 잡고, 연내 국회 본의회 통과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본의회를 통과하면 공포 이후 1년 뒤에 법이 시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시행된다면 국내에도 일본과 같은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재생의료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권리 역시 충족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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