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실내 공간, 편안한 승차감 강점
-주행가능거리 395㎞...장거리 주행 불안감 해소

자동차는 시대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는 상품 중 하나다. 그래서 제조사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감지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운다. 반대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주도해나가려는 시도 또한 부지런하게 이어간다. 모든 B2C 분야가 그렇겠지만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산업 발전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지금까지 시장에 등장한 전기차들은 친환경성, 연료비 저감 등 '착한' 측면을 공통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1회 충전 후 주행가능거리 경쟁에 집중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주행거리 외에 각 전기차마다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족을 위한 SUV 전기차'를 표방한 니로 EV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모든 전기차에 해당되는 요소가 아니라 니로 EV만의 특징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서울과 일산 왕복 100㎞ 구간을 달리며 니로 EV를 체험해봤다.

▲디자인&상품성
동생인 스토닉이 등장하기 전까지 니로는 소형 SUV로 불렸다. 상대적으로 아담한 디자인과 젊은 소비 취향을 고려한 세련된 디자인은 니로의 강점이다.

크기는 길이 4,375㎜, 너비 1,805㎜, 높이 1,570㎜(루프랙 포함), 휠베이스 2,700㎜다. 니로 하이브리드보다 40㎜ 더 길고 30㎜ 더 키가 크다. 트렁크 공간은 451ℓ(VDA 기준)로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405ℓ 부피의 짐을 실을 수 있다. 국내 출시된 다른 전기차들은 물론 기존 니로 하이브리드보다 넓다.



기존 하이브리드 및 PHEV와 비교해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가솔린 엔진이 없는 배터리 전기차인 만큼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막고, 인테이크 그릴과 안개등, 뒷범퍼 등을 블루 컬러로 장식했다. 친환경 요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다. 고광택 블랙 소재와 블루 패턴의 조합은 니로 EV 전용 컬러팩으로 차별성을 나타내는 요소다.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주간주행등의 광원은 LED다. 휠은 니로 EV 전용 17인치 알로이휠인데, 기존 전기차의 경우 무게 부담 때문에 작고 투박한 휠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니로 EV 휠의 디자인은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타이어는 215/55 R17 규격의 미쉐린 프라이머시 MXV4다. 구름저항 4등급으로, 효율보다 내구성 및 승차감에 강점이 있는 제품이다.




실내 역시 작은 변화로 전기차 고유의 요소를 드러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어노브 대신 조그 다이얼을 배치한 점이다. 다이얼 형태의 변속 노브(SBW)는 기아차 최초로 탑재한 것으로, 6가지 색상의 무드조명도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 버튼을 조작, 조명 선택 메뉴에서 화이트, 브론즈, 레드, 블루, 그레이, 에코 그린 중 원하는 색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만큼 편의 및 안전품목을 풍성하게 갖췄다.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차로유지보조(LK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재출발 기능 포함), 운전자주의경고(DAW) 등 기아차 ADAS 브랜드 '드라이브 와이즈'를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고성능 에어컨 필터로 공기청정기능을 지원하는 클러스터 이오나이저도 기본 품목에 포함했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 노블레스로 후측방충돌경고, 하이빔보조, 고속도로주행보조 등도 선택 가능하다. 에어백은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7에어백 시스템이다.



전기차에 특화된 기능들도 추가했다. 기아차 텔레매틱스 서비스 유보(UVO)에 가입하면 실시간 충전소 정보표시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서 현재 주행가능 거리에 맞춰 이용 가능한 전기차 충전소도 확인 가능하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현대차 코나 EV와 동일하다. 저중량 고밀도의 고전압 배터리에 냉각성능을 높인 수냉식 냉각 시스템, 저손실 베어링 등으로 효율을 높인 구동모터, 크기와 무게는 줄이고 출력을 높인 통합전력제어장치 등을 장착했다. 성능은 최고 204마력, 최대 40.3㎏·m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64㎾h 배터리 기준 385㎞(복합)에 달한다. 내연기관차의 연료효율에 해당하는 정부공인 에너지소비효율(전비)은 복합 기준 ㎾당 5.3㎞(도심 5.8㎞/㎾, 고속도로 4.9㎞/㎾)를 인증 받았다.


배터리 용량이나 전기모터 성능은 현대차 코나 EV와 같지만 전비는 떨어진다. 가장 큰 이유는 무게다. 니로 EV의 공차중량은 1,755㎏, 코나 EV보다 70㎏ 무겁다. 니로 EV가 코나 EV보다 몸집이 더 크기 때문에 나타난 차이다.

충전방식은 DC콤보다. 콤보 방식 가운데 콤보1은 급속과 완속 충전을 자동차 충전구 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고, 충전 시간이 A.C. 3상보다 빠른 게 장점이다. 여기에 2016년 말 국가기술표준원이 차데모와 A.C. 3상, 콤보1 중 콤보1으로 급속 충전 방식을 통일한 점도 영향을 받았다.


니로 EV는 현재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가장 크고 무겁다. 다른 경쟁차들을 운전했을 때보다 확실히 묵직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무겁다고 굼뜨거나 힘이 모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전기차 특유의 부드럽지만 힘이 넘치는 가속감이 일품이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과 달리 최대토크를 출발 직후 빠르게 뿜어낼 수 있다. 친환경차란 타이틀에 가려져 있지만 운전 재미 측면에서도 전기차만의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속도를 붙여 나가는 실력도 준수하다. 출력과 토크 모두 넉넉하기에 일상 주행에서 스트레스 없이 차를 몰 수 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음과 배기음 대신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고주파음이 귀를 자극한다. '위잉' 울리는 모터 구동음과 함께 거침없이 속도를 붙여나가는 감각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처음 니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을 때 생각보다 탄탄했던 몸놀림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났다. 니로 EV 역시 원하는 대로 정확히 움직이는 재미가 있다. 같은 크기라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 게 일반적이다. 무거운 하중을 버티다보니 서스펜션 세팅을 단단하게 가져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니로 EV 역시 하체가 물렁하진 않다. 국산차보다 유럽산 수입차에 가까운 감각이다.
기아차 최초로 회생제동 시스템을 제어하는 패들 시프트를 탑재했다. 좌우 레버를 당겨 회생제동 시스템의 제동력을 4단계에 걸쳐 조절할 수 있다. 4단계의 경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때기만 해도 속도가 확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왼쪽 레버를 당긴 상태로 유지하면 제동력이 최대로 발휘된다. 완전히 차를 멈춰세울 수도 있다. 오른쪽 레버로는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앞차와의 간격과 상대 속도에 따라 차가 알아서 시스템의 제동력을 제어한다.

전기차 특유의 '원페달 드라이빙'은 BMW i3와 쉐보레 볼트(Bolt) EV 등에서 앞서 경험한 바 있는 방식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는 만큼 효율 면에서 유리하고,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감각에 익숙해지기 전엔 차가 울컥울컥하며 동승객 눈치를 보게 되지만 한 번 감을 잡으면 '스마트'한 운전 스타일을 뽐낼 수 있다. 급가속 및 급제동 없이 부드럽게 차를 움직일 수 있어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집대성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완성도는 말 그대로 무르익었다.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하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앞차와 간격을 고려해 속도를 제어한다. 스티어링 휠에 손을 얹고 있으면 차로 중앙으로 달리기 위해 미세하게 경로를 조정하는 게 느껴진다. 손을 완전히 떼고 있어도 잠시 동안은 차로유지보조 기능이 유지된다. 교통흐름이 원활할수록, 직선주로가 이어질수록 유지 시간이 더 길어진다. 한산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상태로 2분 이상 차로유지보조가 이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에코플러스 등 네 가지를 지원한다. 다른 내연기관차에서 경험해본 것과 큰 차이는 없다. 에코모드보다 당연히 스포츠모드가 상대적으로 전력을 풍부하게 사용하며 힘을 과시한다. 스티어링 휠 감각,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쏟아내는 힘의 차이 등을 느낄 수 있다. 에코플러스 모드는 변환 버튼을 누른 채로 유지하면 활성화된다. 주행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 시속이 90㎞로 제한되고, 에어컨 등 공조기 작동도 최소화한다. 에코 플러스는 평소엔 쓰고 싶지 않은 기능이다. 에어컨이 꺼지며 반응이 답답하게 바뀌는 순간 '긴급상황'이란 느낌을 받아서다.

▲총평
니로는 태생부터 전기동력 활용을 염두에 둔 친환경차로 개발된 차다. 그런 만큼 기아차 스스로도 차별화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기차란 점을 배제해도 잘 만든 차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니로 EV는 정말로 패밀리카로서 매력적일까? 널찍한 실내공간과 탄탄한 주행 성능은 잘 만든 SUV로서 목표에 부합한다. 여기에 연료비와 소모품 교체 비용 등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사실도 강점이다. 물론 장거리 여행도 가능할 정도로 넉넉한 주행거리까지 갖췄다. 반면 일반 소비자에게 전기차는 아직 '모험'의 대상이다. 전기차 오너가 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큰 맘 먹고 내린 결정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납득시키고, 지역별 보조금 지원 대상에 선정돼야 한다. "나 전기차 살거야"라고 말했을 때 '얼리어답터의 화끈한 선택'이 아닌 '가족을 위한 결정'이란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을지 니로 EV의 행보가 주목된다. 기아차 니로 EV 프리미엄의 가격은 4,980만원이다. 국고보조금과 지자체보조금(서울시 기준)을 적용한 가격은 3,28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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