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 제공

올해로 연예계 데뷔 20년. 1998년 남성복 모델로 시작해 잘생긴 꽃미남 배우에서 30대 남자 배우의 간판이 됐다.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지만, 영화 '비열한 거리', '쌍화점', '더 킹'까지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조인성이 '안시성'으로 양만춘 장군이 돼 돌아왔다. 고구려 안시성에서 펼쳐진 88일간의 전투를 담은 영화에서 조인성은 쭉 뻗은 긴 팔, 다리를 이용해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였다. 3번의 대규모 전투신을 이끌어야 했던 조인성은 "다음엔 좀 쉬운 것을 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40대가 되면 차태현 선배와 예능을 함께 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도전을 예고했다.

▶ 왜 '안시성'에 출연한 건가.

좋아서 했다. 사실 2번 정도 거절했다. 저 자체도 '내가 양만춘과 어울릴까'하는 편견이 있었다. 전투신도 너무 많고. 찍다가 죽으라는 건데.(웃음) 거기에 NEW 첫 제작 영화에 제작비(200억 원)도 손꼽히는 작품인데 왜 내가 감당해야 하나. 같이 죽자는 거냐. 이런 말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제 모습에서 감독님은 양만춘이 보였다고 하시더라. 점점 더 제가 아니면 안 될 거 같다고 하셨고, 저 역시 '차 빼고, 포 빼면 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 액션 준비는 어떻게 했나.

3~4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리허설을 했다. '비열한 거리', '쌍화점'에서도 액션을 해서 새로 익힌다기보단 합을 외우는 것에 초점을 뒀다. 촬영장에서는 미리 만들어놓은 영상 시뮬레이션을 보고 찍었다. 할리우드처럼 3차까지 영상 콘티를 만들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 콘티가 완성되기 전까진 촬영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하면 제작자 같긴 한데, 영상 콘티를 먼저 완성하고 찍어서 허투루 예산이 빠지지 않고, 드라마와 액션이 잘 연결되지 않았나 싶다.

▶ 활을 쏘는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활쏘는 걸 배웠다기보단 액션에 맞는 폼으로 했다. 진짜는 그렇게 안 쏜다.(웃음)

▶ 장군 역을 하기엔 목소리가 얇고 곱다는 우려도 있었다.

목소리를 좋아해 준다면 더 좋겠지만, 장군을 믿고 따르는데 목소리보단 기질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성주, 장군이라는 위치를 빼고 서인들이 대군을 상대로 목숨 걸고 싸우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 있을까 그걸 생각해봤다.

사실 '비열한 거리'를 처음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저한테 '네가 무슨 조폭이냐'고 많이 하셨다. 그럼 전 맨날 재벌 2세만 해야 하나.(웃음) 일단 해보는 거다.

▶ 그렇다면 조인성이 생각한 양만춘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형 같은 리더라고 생각했다. 양만춘 장군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는데, 좋은 쪽으로 생각했다. 기록이 없으니 이순신 장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요소가 많겠다 싶었다. 그래도 뭐가 없으니 기준을 잡는 게 어려웠는데, 감독님과 상의해 형같은 리더로 뼈대를 잡고 살을 붙여갔다.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 제공

▶ 촬영이 8월부터 시작해 1월에 끝났다. 가장 더울 때 시작해서 가장 추울 때 마무리했다.

우린 실내 세트가 없었다. 그런데 날씨보다 힘들었던 건, 중요한 감정신들을 초반에 다 끝내야 한다는 거다. 그 이후엔 전쟁하러 들어가야 하는 거다. 아직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도 잘 모르고, 배우들끼리도 어색한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스트레스가 있긴 했다.

다행히 배성우 형과는 전작을 같이 했었고, 주혁이는 드라마만 하다가 처음 영화라 낯설어서 쭈뼛쭈뼛하는 게 있었다.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말을 못해서 제가 대신 전달해주고 그런 가교 역할을 하면서 극복해갔다.
▶ 전투 장면은 어떻게 찍은 건가.

액션만을 위한 액션 영화는 보다 보면 지칠 때가 있다. 너무 액션이 많다 보니 나중엔 반응이 안느껴질 때도 있고. 그래서 '안시성'에선 전투의 콘셉트가 다르게 나오느냐가 관건이었다. 그게 완성이 된다면 어떻게든 가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찍을 땐 힘들었다. 갑옷이 20kg인데 입고 뛰느라 살도 많이 빠졌다. 허리도 너무 아팠다. 배성우 형은 저보다 9살 위인데.(웃음) 가장 길게 촬영한 액션 장면은 보름 내내 찍은 거 같다.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 제공

▶ 이번 작품에선 미모 담당을 남주혁에게 물려준 거 같더라. 수염도 붙이고 기미와 주근깨까지 클로즈업해서 나온다.

넘겨줄 때가 됐고. 제가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 제가 걱정했던 건 얼굴을 많이 가리고 나와도 그 느낌이 안 나면 어떡하나였는데, 다행히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더 어릴 때 그 분장을 했으면 절대 안 어울렸을 것 같다. 눈빛도 나오고, 시간이 준 축복이라 생각한다. 기미, 주근깨가 클로즈업되는 장면 역시 3일 밤낮 전투를 했다고 생각하면 필수였다. 그 뜨거움이 어마어마했을 거다. 그걸 분장으로 표현했다. 전 괜찮았다.

▶ 주인공은 양만춘이지만 홀로 멋있는 느낌은 아니다. 캐릭터마다 분배가 이뤄진 것 같더라.

구태여 튈려고 안했다. '양만춘이 멋있다'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돌이 그렇지 않나. 12명 멤버가 있다고 치면 그들 각각의 매력이 다양해야 팬덤이 고루 형성되듯 '안시성'도 매력을 분배했다. 수익분기점인 560만 명을 채우려면 조인성만 멋지게 나오는 것보단 '누구도 멋있고, 누구도 멋있어' 해야지 확률이 더 높지 않겠나. 기본 틀 자체가 양만춘이 이상하면 안 되는 거니까.(웃음) 매력이 드러날 수 있는 장면을 다른 캐릭터에게 주기도 했다.

▶ '안시성' 홍보를 위해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가 화제가 됐다.

'무한도전', '해피투게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 부르면 그냥 다 나간다. 그런데 '라디오스타'는 녹화 일정을 잡고, 사전 인터뷰도 해야 하니까 주저하는 게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추석 시즌 영화로 3개 작품이 같은 날 개봉하지 않나. 선점을 하려면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었다. 차태현 선배도 '이럴 때 해라. 이것도 다 개런티 포함이다'고 조언해주셨다.

▶ 예능 거부감은 없는 것 같다.

그런 건 없다. 마흔이 넘으면 차태현 선배와 함께 예능을 해보고 싶다. 저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니까.(웃음) 어디까지 나와도 좋고, 이건 안되고 이런 것들은 배워야 하지 않겠나. 요령도 모르고 다 퍼주면 상처받고 나오기 딱 좋으니까. 과하게 하는 것만 아니라면 거부감은 없다.

▶ 드라마는 어떤가. 2년 전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이후 작품이 없는데.

좀 더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제가 나이가 드는 걸 느끼는 게, 이제 '그 분량의 대사를 시간도 없는데 제가 소화할 수 있을까'란 물음표가 생겼다. 노희경 작가님의 방대한 대사를 그땐(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 2013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초인적인 힘으로 했다. 막상 드라마를 선택해 다시 현장에 놓이게 된다면 하겠지만, 겁은 난다. 그건 체력이 필요한 거라.

▶ 조인성의 멜로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로맨스는 한도 초과다.(웃음) 불륜 로맨스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나이가 좀 애매하다. 마흔 중반 쯤 되면 '거짓말'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 제공

▶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쉬운거?(웃음) 나도 좀 살자. 그동안 제가 어려운 것만 골라 하려고 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 또 그런 마음이 들면 빨리 알아챌 거다. 그리고 이것도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진 건데 이젠 주인공으로 제안이 와도 다른 캐릭터가 보이더라. 영화에선 역할이 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임팩트있는 작은 역할도 좋다. 멀티 캐스팅 영화에서 제대로 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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