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지난주 중국에선 아프리카가 화제였다.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1주일간 중국 언론의 지면은 모두 시진핑 국가주석과 아프리카 정상들이 만난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큰 국제 행사가 열릴 때마다 베이징엔 예외 없이 파란 하늘이 찾아오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차량 운행과 공장 가동을 통제한 덕분이다. 인터넷에선 “아프리카 고마워요. 파란 하늘을 만들어줘서”라는 감사 인사가 넘쳐났다.

이번 정상회의엔 전체 54개 아프리카 국가 중 대만 수교국인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를 제외한 53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유일한 각료급 참석자인 리비아 외교부 장관이 주목받을 정도였다. 시 주석은 30여 명의 아프리카 정상과 회담했다.

베이징에 집결한 아프리카

시 주석은 올해 회의에서 앞으로 3년간 무상 원조, 무이자 및 우대차관 등으로 600억달러(약 68조원)를 아프리카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6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것을 감안하면 모두 1200억달러를 쏟아붓는 셈이다.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금전 외교’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의 환심을 사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회의를 놓고 서방에선 아프리카가 중국이 놓은 ‘채무 함정 외교의 덫’에 빠졌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부채 상환 능력이 없는 국가에 차관을 제공한 뒤 이를 이용해 정치·경제적 요구를 관철해왔는데, 아프리카가 여기에 걸려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하버드대는 지부티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차관을 빌려 쓴 지부티는 지난해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이르자 중국에 해군기지 건설을 승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중국의 신(新)식민주의 전략인 채무 함정 외교의 늪에 빠져 벼랑 끝에 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서방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위협을 느낀 서방이 과도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서방은 비판하지만 핵심은 국익

중국과 아프리카의 긴밀한 유대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아프리카에 지속적으로 경제 지원을 해왔다. 덕분에 1971년 대만이 유엔에서 퇴출되고 중국이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는 데 아프리카 국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표결에서 찬성 76표 중 26표가 아프리카에서 나왔다. 1963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한 이래 중국의 정상급 지도자가 아프리카를 찾은 횟수는 100차례를 넘는다. 시 주석은 집권 6년여 동안 네 차례 아프리카를 순방했다.

아프리카도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 중국의 행태에 대한 일부 비판 여론이 있지만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는 중국의 투자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는 “중국의 차관이 미국 등 서방이 제시하는 조건보다 훨씬 좋다”며 “아프리카는 철저히 국익을 앞세운 실리 외교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를 채무 함정 외교로만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한국도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좋든 싫든 중국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우리로선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를 한쪽 방향으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kd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