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의 어려움 함께 고민하려 한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국내 블록체인기업들을 대상 실태점검에 들어갔다. 이번 실태점검을 두고 업계가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금감원은 “합리적 규제를 위해 업계의 어려움을 고민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기업공시심사실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에게 ‘ICO 실태점검 질문서’를 발송했다. 국내 회사의 현황과 재무구조, 가상화폐(암호화폐) 발행지역 법인 현황, 프로젝트 내용과 기술, 암호화폐공개(ICO) 이유와 배분 구조 등에 대한 질문이 담겼다.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에게 답변 시한을 21일로 제시했다.

실태점검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한 정부에게 불신이 쌓인 탓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질문지에 대외비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며 “조사에 응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거부할 경우 블랙리스트에 등재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조사에 응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귀띔했다.

신근영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은 “이것이 또 다른 규제의 하나가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며 “정부 기관의 업무에 적극 협조하되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우려에 금감원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질문지를 작성, 배포한 기업공시심사실은 “업계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일 뿐, 제재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9월 ICO 금지 방침이 나온 이후 아무 규제가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ICO를 진행하는 불편도 겪어야 했다”며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기 위해 국내 업계의 현황을 파악하고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에서 블록체인 관련 업무는 핀테크지원실이 담당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태조사를 핀테크지원실이 아닌 기업공시심사실이 추진하는 것이 제재의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가지고 있다. 금감원은 “가상통화 업무를 핀테크지원실에서 담당하는 것은 맞지만 ICO 관련 업무는 기업공시관리실에서 맡기로 업무분장이 됐다”며 “다른 정부부처들과도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또 “정확하게 법령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어 아무도 선뜻 나서려 하진 않는다”며 금감원이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데 큰 결심이 필요했다고도 덧붙였다. 금감원이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지난 5월 취임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에서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위원장은 지난 6일 제20차 통합금융감독기구회의에서도 “혁신적 금융서비스는 긍정적 효과와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새로운 리스크도 수반한다”며 “한국 정부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 발전과 금융서비스 진화에 맞춰 법률적·제도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상통화나 ICO 등에 대해선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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