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흔히들 말하지만 법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일반 사람들은 법원에 갈 일이 없기 때문에 법을 모르고 살 뿐이다.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이른바 '법알못'을 위해 법률전문가가 나섰다. 참고 지나치기엔 너무 억울하고 누구 잘못인지 알쏭달쏭한 일상 속 사례를 통해 법률상식을 쌓아보자.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4월.

대구방향으로 25t 화물트럭이 4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

저 멀리 고속도로 길가에 서 있던 한 50대 남성이 트럭이 가까이 오자 갑자기 뛰어들어 차 앞에 드러눕는다.

급히 속도를 줄여보지만 사고를 막기엔 너무 짧은 순간이다.

차로 뛰어든 남성은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지만 사고 당시 트럭 하부에 머리를 부딪히며 12주 진단의 중상을 입었다.

화물 운전자 김 모 씨는 갑작스러운 이 사고로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도로공사 CCTV를 확인해 보니 남성이 사고가 나기 한시간 전부터 갓길 가드레일 근처를 왔다갔다하며 차로 뛰어들 기회만 엿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고속도로 순찰대 및 관할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처리했지만 담당 검사는 "운전자가 사고를 막기 위해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며 '재조사' 지시를 내렸다.

김 씨는 "트럭 운전을 하다보면 도로에 떨어진 뭔가를 줍기 위해 가드레일 근처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자주 본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지 내 차 앞으로 뛰어들 줄 상상이나 했겠나"라면서 "전주에서 대구까지 경찰 조사 3번 받기 위해 출석하느라 생업에도 지장이 많았는데 재조사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3차선에 차가 있어 피할 수도 없었으며 사고 당시 71km 속도로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니다"라며 "누가 봐도 일부러 죽기 위해 뛰어든 모습 아닌가. 사건 이후 트라우마로 인해 운전대를 잡는 게 무섭고 사람이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심장이 뛴다. 당장이라도 운전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의 동료는 "뛰어든 남성 가족이 병원비 충당을 위해 1%라도 운전자 과실을 잡을려고 변호사까지 선임했다고 하더라"라며 "해당 트럭에는 24t의 화물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급히 멈추거나 핸들을 꺾을 경우 2차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조심한다고 70km로 천천히 운행중이었는데 이런 사고를 겪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일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내 동료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영상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행인과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에게 어떤 과실이 있을까. 일부러 작정하고 달리는 차량에 뛰어든다면 보상은?

'법알못' 자문단인 조기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도로상에 장애물이 나타날 것을 예견하여 제한속도 이하로 감속 시행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상대방의 규칙위반을 이미 인식한 경우나 상대방의 규칙 준수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예를 들어 유아, 장애인 등), 운전자가 스스로 교통규칙을 위반한 경우는 신뢰의 원칙의 한계에 해당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따라서 운전자 과실유무의 판단은 법관이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이 영상 속 사건에 대해 "운전자가 피해자를 미리 인지했는데도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상대방이 일부러 뛰어든 사고에서 운전자가 피해자를 인지하고 감속을 했더라도 사고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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