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교체 소식에 확 달라진 고용부 분위기
'오로지 노동부'서 고용노동부로 거듭나야

백승현 경제부 차장

“요즘 긴장 타고 있습니다. 전문가 장관이 오시잖아요. 이제 둘러대기도 통하지 않을 테니 힘이야 들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히려 힘이 납니다.”

이런 ‘발칙하고도 불충한’ 이야기를 하는 공무원이 있다. 한두 명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이재갑 전 고용부 차관을 새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고용부 직원들의 말수가 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처 동향을 물을라치면 “잘 몰라요. 묻지 마세요”라며 손사래를 치거나 “이건 오프(off the record)입니다”며 입조심을 하던 공무원들이다.

그랬던 부처 분위기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모드로 바뀐 것일까. 아니면 부처 안팎의 소문처럼 신임 장관 후보자에 대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워서일까. 요 며칠 만난 공무원들은 구태여 묻지 않아도 후보자와 같이 근무하던 시절 에피소드 등을 전하며 후보자에 대한 평을 쏟아냈다. ‘공무원보다는 학자 스타일’ ‘지도교수’ ‘선비’ 등이 이 후보자를 따라다니는, 잘 알려진 수식어들이다.

물론 좋은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오는 19일 인사청문회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데, 이 후보자는 비상장 주식 거래 과정에 내부 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과 위장전입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 지명 소식에 고용부 직원은 물론 산하기관 직원들, 심지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까지 기대를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고용부 사정에 밝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지낸 한 교수는 “기저효과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새로운 사람이나 상황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말은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고용부 직원들에게 지난해와 올해 사이 1년여는 유례없이 ‘가혹한 시절’이었다고 한다. 2004년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 14년 만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됐고, 2년 만에 30% 가까이 오르게 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고용부발(發) 뉴스가 이렇게 오래도록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한 시절은 일찍이 없었다.

김영주 장관은 개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앞뒤 가리지 않고 전력 질주하며 전반전을 뛰었다. 전반전에서 열심히 뛴 선수가 체력을 소진하면 감독은 승리를 위해 체력을 비축해둔 선수로 교체한다”는 글을 올리며 사실상 퇴임 인사를 전했다. ‘전력 질주’, 실로 그랬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정말 온 힘을 다해 뛰었다는 게 고용부 직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장관이 뛰어다닌 경기장은 ‘고용 경기장’이 아니라 ‘노동 운동장’과 ‘적폐청산 체육관’이었다. 최저임금 급등에 절규하는 소상공인의 호소에도, 외환위기 수준의 고용지표에도,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현장의 배려 요청에도 김 장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일 좀 한다는 공무원들은 조직을 떠났다. 또 그 덕분에 ‘고용노동부’의 한 축인 고용정책실은 1년 내내 ‘불편한 휴식’을 취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들린다.

19일이 지나면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부 장관실의 명패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새 장관 취임과 함께 지난 1년 ‘오로지 노동부’였던 고용부가 고용노동부로 간판을 바꿔달 수 있을까. 청와대도 이 전 차관을 낙점한 이유를 “조직과 업무 전반에 능통하며 일자리 창출 등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argo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