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준으로 진화…실사용 및 상용화 겨냥

라이언 조 펀디엑스 한국 대표(왼쪽)가 자사 암호화폐 카드를 이용해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세성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는 과연 실생활에서 카드 결제를 대신할 수 있을까.

지난 6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개최한 암호화폐 세미나에서는 암호화폐 결제를 체험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석자 전원에게 펀디엑스(PundiX)가 개발한 전용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카드가 지급됐다. 1바이낸스코인(약 1만원)과 2000펀디엑스(약 3000원)가 들어 있는 이 카드로 행사장 내에 차려진 부스에서 직접 결제할 수 있게 했다.

펀디엑스는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암호화폐 기업이다. 자체 발행 암호화폐 펀디엔스와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 엑스포스(XPOS)를 출시했다. XPOS는 바이낸스코인, 펀디엑스를 비롯해 비트코인, 넴 등의 암호화폐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단말기 기능도 겸해 기존 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방법은 일반적 신용카드 결제와 흡사했다. 점원이 전용 단말기로 상품 바코드를 찍으면 결제할 금액이 뜬다. 이때 펀디엑스 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사용할 암호화폐 종류를 고르면 즉시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암참 암호화폐 세미나 참석자 전원에게 제공된 암호화폐 카드(사진 = 오세성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일일이 지갑으로 전송해야 했던 암호화폐 결제가 이제는 일반 신용카드 결제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암호화폐 기술 발전에 따른 거래 처리 능력이 일반 신용카드 수준으로 향상된 영향이다.

실제로 2009년 출시된 비트코인은 1초에 고작 7개 정도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고, 2015년 출시된 이더리움은 초당 15개 내외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6월 출시된 이오스는 비자카드의 평균 TPS(약 초당 2000건)를 뛰어넘는 초당 3000건 정도의 거래 처리능력을 갖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암호화폐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거래량도 처리할 수 있다.
펀디엑스의 경우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활용하지만 사이드체인(Sidechain)으로 초당 4000건을 처리할 수 있는 넴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래 지연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와 동일한 수준이라면 굳이 결제에 암호화폐를 쓸 이유는 없다. 암호화폐 카드나 단말기 보급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데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걸림돌이 있다. 암호화폐 결제의 비교우위가 중요한 이유다.

라이언 조 펀디엑스 한국 대표가 엑스포스(XPOS)에 자사 암호화폐 카드를 접촉 중이다.(사진=오세성 기자)

암호화폐 결제는 우선 저렴한 수수료와 ‘국제 공용’이라는 장점이 있다. 신용카드는 발행국을 벗어나는 순간 비싼 결제 수수료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 반면 암호화폐는 국경이 없어 전세계 어디에서나 일정한 수수료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결제 후 즉시 수금이 진행되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신용카드는 결제 후 수금자에게 현금이 들어올 때까지 카드사와 부가통신업자(VAN사)를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결제 즉시 사용자 지갑에 있던 암호화폐가 수금자 지갑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펀디엑스는 암호화폐 결제 상용화를 위해 활발히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3만여명이 모인 ‘울트라 타이완 2018’ 행사장 내 상점에서 펀디엑스 카드로 음식과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 7월에는 홍콩 레스토랑 체인 FAMA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XPOS 기기를 보급하고 암호화폐 결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젝 치아 펀디엑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3년간 전세계에 엑스포스를 10만대 이상 보급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결제가 대규모 실사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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