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성능·시기 중요한 무기체계
자체개발 대신 해외구매 않도록
국내 ICT 접목 기술역량 높여야"

김승조 < 서울대 명예교수, 前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방위산업이라고 했던 국방(國防)산업의 세계시장은 상당히 크다. 지난해 전 세계 방위비 지출은 1조7000억달러 정도며 2024년에는 2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항공우주 방위산업(A&D) 분야의 경우 2016년 세계 매출액이 6750억달러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이 국민소득 4만달러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국내 방위산업체의 연매출액은 15조원에 이르고 수출액도 매년 30억달러를 웃돌면서 늘 무기체계의 수입 관련 뉴스만 접하던 우리 국민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머잖아 발표될 미국 공군의 고등훈련기 획득사업에 록히드마틴과 손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A가 유력 후보에 올라 있다. 미국 보잉과 협력하는 경쟁사인 스웨덴 사브가 선택되더라도 미 군산복합체 속성상 ‘승자독식’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상당한 양의 일거리를 보장받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미 공군 고등훈련기 획득사업의 최종후보라는 사실 그 자체도 커다란 자산이다.

그러나 우리 방위산업체들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그리 밝은 것 같지 않다. 우선 고용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일거리 수주가 정체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결국 수출이 살 길인데 수출 확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 방위산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부가가치가 높고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핵심기술 부분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고가의 주요 무기체계는 해외에서 도입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개발사업으로 결정되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게 돼 개발사업이 속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한 기술개발에서 부진한 게 약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며 자동차산업 등으로 대변되는 정밀기계기술 또한 일류 수준이다. 국방산업 융성에 필수적인 이들 전후방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는 얘기다. 매년 12조원에 달하는 방위력개선 관련 예산 등 상당한 규모의 국내 수요도 뒷받침하고 있다. 미래의 첨단무기는 그야말로 전자, 정보통신,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에 따라 그 우수성이 결정된다. 우리의 우수한 산업기반에 첨단 기술을 융합한다면 내로라 할 첨단 무기체계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국방획득사업은 국방전력 강화가 목적이므로 적절한 획득시기와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의 목표성능 확보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방획득사업의 효율적인 운용과 국방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기술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현실적인 당위성도 있다. 이들 두 목표가 서로 모순될 때에는 획득 시기와 목표성능에 관한 적절한 조율과 함께 정부 차원의 노력과 방산기업과의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형 사업일수록 국내 개발로 확정되는 데에는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평가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해, 개발에 착수하는 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획득 시기는 정해져 있는데 절차적 과정에 많은 시간을 보내면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기간은 줄어든다. 여기에 개발위험도가 높은 목표성능치의 압력을 받게 되면 개발 주체는 결국 불확실한 자체 핵심기술 개발보다는 손쉬운 주요 부품의 해외구매로 돌아서게 된다. 이로 인해 부가가치 높은 첨단기술 역량강화의 기회를 날리게 되면서 개발된 무기체계를 유지·보수할 때도 외국기술에 예속되고 추후 비슷한 무기체계 개발 시에 또다시 빈손으로 시작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방 무기체계 획득에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14일 국방산업진흥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방산기업들과 정부가 협업해 국방산업기술 육성을 위한 효율적 방안을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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