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도 "고용악화에 정책 영향 있다"
성장·분배 혼동한 정책 바로잡아야
대통령 경제멘토들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정부의 정책기조가 고용 악화에 영향을 미쳤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KDI는 어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설비·건설투자 부진으로 내수가 약화되고 고용이 나빠졌다”며 “7월 일자리 충격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느 정도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산업경쟁력 저하,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이 다 영향이 있는 것 같다”는 게 KDI의 솔직한 분석이다.

정부 싱크탱크인 KDI까지 정책 충격을 인정한 것을 정부는 흘려들어선 안 된다. 경제정책의 성적표는 성장과 고용으로 나타나는데, 어느 것 하나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2분기 0.6%의 낮은 성장, 5000명에 그친 7월 고용 증가, 설비투자 5개월째 감소, 외환위기 이후 최저로 내려앉은 기업·소비자심리지수 등이 모두 그렇다.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도 16개월째 하락세다. KDI 분석대로 수출이 버티고 있어 경기 급락을 막고는 있지만, 하강 위험이 커지는 것을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KDI의 진단은 대통령과 가까운 멘토들의 잇따른 경고와도 일맥상통한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인 김광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투자가 죽어가고 있다. 잘못 기획된 정책의 결과를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인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단기 성과에 매몰돼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도 “1만원 공약에 맞추기 위해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다보니 고용쇼크 등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경제현장에서 치열하게 분투 중인 국민 대다수도 이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당장 바닥경기가 무너지고 있는데 “기다리면 효과가 나타난다”는 정책 책임자들의 발언은 무책임하게 들린다. 성장 없이는 분배도 없다는 사실은 그리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반면교사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을 고집할수록 경기 회복은 더 멀어질 뿐이다.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더 이상 실기(失機)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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