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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스페셜리스트
(29) 태평양 산업안전팀

로펌업계 유일한 전담 조직
대기업 산재 자문 80% 차지
사건 대응·노하우 독보적

국내 대형로펌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안전 전담팀을 갖춘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진욱 변호사(왼쪽부터), 장상균 변호사, 이상철 산업안전팀장(변호사), 성영훈 고문변호사, 김형로·채재훈 변호사. /태평양 제공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1957명으로 전년(1777명)보다 10.1% 증가했다. 크레인이 무너졌고 공장이 폭발했으며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기계에 끼이는 등 안타까운 사고도 잇따랐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기계 등 대형 설비를 운용하는 기업들이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국내 대형법률회사(로펌)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안전팀을 운영하는 태평양은 산업재해 관련 법률자문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설비가 전복해 6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를 겪은 대기업 A사. 노동청으로부터 작업중지명령을 받으면서 생산이 중단돼 막대한 손실을 봤고, 경찰의 압수수색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잇따르면서 경영이 위기에 몰렸다. 산업재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과 경영진이 모두 처벌받는다.

이 회사는 태평양에 ‘SOS’를 쳤다. 태평양은 곧바로 서울 역삼동 본사에 상황실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사고현장으로 변호사 4~5명을 파견했다. 변호사들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80m 상공의 설비 꼭대기에 올라가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산업안전팀을 이끄는 이상철 태평양 변호사(팀장·사법연수원 23기))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때가 있다”며 “치밀하게 사고 원인을 분석해보면 작업자의 사소한 실수나 정부의 책임이 있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A사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는 5건 가운데 4건이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또 기각됐다. 태평양이라는 ‘철벽 방어막’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평양은 산업재해 발생 시 상황실과 현장팀을 운용하며 △경찰 및 검찰의 수사에 대한 법률 자문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 작업중지 명령에 대한 대응 △유족과의 합의 관련 쟁점에 대한 법률자문 △사후적 산업안전 마스터플랜 제안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작업장 내 폭발사고로 4명이 숨지는 사고를 겪은 대기업 B사는 어려운 형편에도 태평양에 도움을 청했다. 검찰은 임직원 4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2명만 발부됐다. 법원 단계에선 피고인들은 모두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일부 무죄)을 받았다. 태평양이 변리사를 동원해 사고의 기술적 배경을 면밀하게 따지고 치밀하게 법리를 다툰 결과였다. 이상철 변호사는 “구속된 근로자들을 자주 접견하고 성경책을 넣어주는 등 정신적 용기를 주며, 변호인 이상의 신뢰를 쌓은 것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였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재해가 로펌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자 태평양의 아성에 도전하는 로펌들도 생겨났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5년 공장내 사망사고를 겪은 대기업 C사의 경우 사고 발생시 검찰 대응을 태평양, 경찰 대응을 다른 로펌에 맡겼지만 사건대응력에 차이가 커 일감을 모두 태평양으로 돌렸다. C사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 역시 모두 기각됐고 피고인 모두 집행유예와 벌금형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 변호사는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과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을 지내 각종 민·형사 소송 대응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성영훈 태평양 고문변호사(15기), 성남지청 검사 출신 이희종 변호사(33기), 산업재해보상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낸 김형로 변호사(37기), 배동희 노무사 등도 이 분야 베테랑들이다. 이상철 변호사는 “국내 산업단지 노후화가 심각해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기관 등 모두가 철저한 안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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